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 / 박노해

2005.11.23 03:47

강학희 조회 수:8774 추천: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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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 / 박노해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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