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2014.02.05 09:12

김영강 조회 수:452 추천:39

 

장편 "침묵의 비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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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소설’에 깔린 그 침묵의 비밀



  『침묵의 메아리』는 나의 단편소설 중의 한 작품이 소재가 되어 씌어졌다. 탈고한 후에는 세 곳의 인터넷 카페에 연재로 올리게 되었다. 연재를 함으로써 독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져 기뻤고, 무엇보다도 용기를 실어주는 그들의 격려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장편 출간을 결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망설임 끝에 결국 출간 결정이 내려져, 이제 곧 책이 나오게 되었다. 처음보다 마음은 점차 안정되어 가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살얼음판이 단단한 빙판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아주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쓸 때, 항상 술술 잘 풀리지만은 않는다. 말 한마디를 찾느라고 곤란을 겪으며 고민한다. 또한 퇴고하는 시간이 소설을 쓰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자다가도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때문에 벌떡벌떡 일어난다. 철저하게 혼자되어 외로운 투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외로움을 즐긴다. 글쓰기는 내게 참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또한 글쓰기는 세상살이의 숙제를 풀어주기도 하기에 나는 스스로의 자양분을 축적시켜 행복의 텃밭을 일군다. 그 텃밭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기대하면서.

  늦게나마 글쓰기를 시작하여, 그동안 글에 목이 말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벌컥벌컥 들이켠 물이 메마른 텃밭에 단비가 되어 상상력의 꽃을 피우고 열정으로 열매를 맺어 『침묵의 메아리』가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이제 한 편의 장편소설이 싹을 틔운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나의 글이 생명이 숨 쉬는 푸른 나무로 성장하여 독자들에게 쉼터가 되고 활력소가 되는 꿈을 키워 본다.
  
  이 소설에서 유해주와 강미경은 아주 다른 캐릭터로 등장을 하지만 인간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면 같은 맥락의 인물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침묵의 비밀』 속의 강 미경이 소설 바깥으로 튀어나와 자아를 비판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강미경이 유해주가 되어, 애경의 죽음을 똑바로 들여다보았고, ‘소설 속의 소설’에 깔린 그 침묵의 비밀이 결국은 메아리가 되어 ‘본 소설’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그러나 침묵의 비밀도, 그 메아리도 해결책은 없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둘 뿐이다.
  너무 착해, 바보 같은 그녀, 자기 자신을 돌볼 불 몰라 짜증스럽기까지 한 주인공 유해주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강미경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에 시달리며 케티까지도 부정한다. 이것이 인간 본연의 자세인지 모른다. 위의 문단과도 맥이 통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의 일부분, “그녀는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기댄 채 상념에 잠겼다.”라는 문장에는 어떤 여운이 감돌고 있다. 더구나 케티의 환영에까지 사로잡히는 해주이니····.  
  
  미국에서 산 세월이 어느새 40년을 훌쩍 넘어섰다. 처음에는 미국 생활이 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직장을 갖게 된 다음부터는 참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운 좋게도 미국 굴지의 무역회사인 Hiram Walker Importers Inc. 에 취직이 되어 20여 년을 근무하면서 주말에는 한국학교에서 아이들까지 가르쳤었다. 지금 와 생각하니, 어찌 그 일들을 다 감당했나 하고 나 자신이 의아스러울 정도다. 아마도 젊음이라는 것이 나를 지탱해준 게 아닌가 싶다.
  
  회사를 그만둔 그해에 나는 소설가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그때만 해도 내가 소설집을 내게 되고 이렇게 장편소설까지 내게 되리라고는 예상 못 했었다. 『침묵의 메아리』를 인터넷에 올릴 적에도 출간 쪽은 생각지도 않고 머릿속에 꽉 차 있던 소설 한 권을 그냥 밖으로 쏟아낸 것이었다.
  이 소설이 인터넷 공간에 연재될 당시 정해정 동화작가께서는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제 일착으로 댓글을 달아주시어 내게 용기를 샘솟게 해주셨다. 장편소설『침묵의 메아리』가 무사히 산고를 치르고 탄생하게 된 것은 열심히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들과 댓글을 달아주신 많은 분의 격려 덕분이다. 지면을 통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황혼의 언덕에 올라서 보니, 노을빛에 반사된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새로운 내일이 펼쳐지는 그 안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그리도 편안하고 좋을 수 없다. 이제는 자기만족의 기쁨에도 가치를 부여하며, 소통의 벽에 새겨진 내 버켓리스트를 하나 둘씩 시행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끝으로 『침묵의 메아리』 출간을 위해 추천사를 써 주신 이정아 수필가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며, 항상 제 일 독자로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생, 경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3년 8월,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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