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심사평

2003.11.08 08:25

조회 수:516 추천:67

1차 예선을 거쳐 넘어온 단편소설은 20편이 넘었다. 그중 많은 수가 소설작품이 무엇인지 픽션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그저 단순한 이야기를 꾸며 쓴 것이었다.

여기서 새삼 소설창작 강의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다만 등장인물이나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살아 숨쉬는 생생함을 느끼게 하진 못해도, 그 가까이까지는 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그래도 올해는 마지막까지 남아 상위권에 속한 작품들이 꽤 됐다. 최종심사 결과 ‘사이렌(오경희)’을 당선작으로, ‘고래들의 노래(고대진)’와 ‘미신만들기(윤시내)’를 각각 가작으로 뽑았다.

‘사이렌’은 어렵게 임신이 된 주부가 임신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지를 자문하고 있을 정도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편도 그렇고, ‘미우’라는 친구도 그렇고, 이웃 여인도 그렇고, 다른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껍데기 삶을 살고 있다.

조난 구조의 상징, 즉 구원의 상징인 사이렌이 그 소리만 들릴 뿐, 아무데에서도 ‘구급차’가 보이지 않는 설정으로도 작가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데 주인공의 절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 동기가 미약한 것이 소설의 흠이다. 애정없이 한 결혼 때문에, 일상의 삶이 그러니까, 하고 보아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문장이나 표현력, 구성력 등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역량을 높이 샀다.

‘고래들의 노래’는 이혼한 남자와 정신적으로 이미 이혼한 것과 다름없이 사는 여인 사이에 움튼 제2의 사랑 이야기.

‘통속적’이라면 통속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아름답게, 그림으로 치면 한 폭의 꽃그림같이 그린 소설이다.

특히 플루트의 듀엣 연주 묘사는 상당한 솜씨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주제의식이 약하다는 그 점이 감점 요인임은 어쩔수 없다.

‘미신만들기’는 미국인 여자친구를 둔 한인 2세가 그녀의 부모와 첫 대면하는 그저그런 ‘끝’이 없는 한토막 이야기. 소설에 특별한 ‘결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나, 꽁트라면 몰라도 한 편의 단편소설이라, 그때문에 빈 듯한 허전함을 준다. 여자친구의 아버지(평화봉사단)와 할아버지(한국전 참전)를 한국과 굳이 연결시킬 것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 다루는 기량은 탄탄히 잡혀있다.

그밖에 ‘진실만큼 아픈 사실은 없다’ ‘밤배’ ‘Home’ ‘게’ ‘이방인들’ ‘신기루’ ‘빛바랜 이력서’를 쓴 이들의 계속적인 노력을 당부드린다.

<송상옥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최금산 문학평론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 입상소감 2003.11.08 505
» 단편소설 심사평 2003.11.08 51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5
전체:
37,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