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에 눈이 내리던 날

2007.10.23 14:08

강성재 조회 수:461 추천:97

그대여
시월의 넷쨋날
그때에 내가 산을 올랐습니다
잠시의 울렁거림에
산멀미를 했는데
소리도 남기지 않고
소복 소복 눈이 내렸지요

생각 했지요
내 몸의 뜨거운 혈관을
모두 덮고 묻어 버리면
나는 사라지는 것인가
내 몸이 그대로 소진되어 버리면
나의 형체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
생의 더러운 때를 모두
씻어 버리고 싶은
부질없는 내 욕망이라는 것도
묻으면,
저 나무들,
풀잎들,
아직도 생명의 줄을 놓지 않고 있는데
꿰뚫어,
살릴 수 있을까

그대여
참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 밖으로 퉁겨져 나가
묵묵히 세상을 바라 보아야 하는
가혹한 형벌이라는 것도
저기 저 산체로 묻히는
생명들에 비하면
하찮은 노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려나

그대여
산의 높은 품격을 봅니다
안으로 삭히는 아픔이
제 심장을 녹여
뿌리의 부활을 예비하는 의연함
솟구치는 빛의 속도에
몸을 기대인
나무와 나무들 사이로
겨울이 뛰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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