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견공시리즈 127)
이월란 (2014-6)
언제부터였을까
토비가 앉아 있다
노을 속에 차려진 밥상 앞에 오도카니
고정된 실루엣을 따라 오래된 시간이 흐르고
문득,
물그릇이 비었을까 번개처럼 스쳐
미안해 미안해
미동도 없이 따라오던 눈빛이
숨도 쉬지 않고 반 그릇을 비운다
찰랑찰랑 다시 차오른 하루를 마시고
어슬렁어슬렁 돌아온 시간을 살러 간다
토비는 결코 목마르지 않다
짐승의 기다림을 배울 때이다
저 애타지 않는 세월을
저 섬뜩한 인내를
저 환한 침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