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 사슴
오정방
생시엔 저도 필시 들판을
뛰다 못해
날아다녔을 것이다
저도
포수에 잡히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긴 다리를 자랑하며
산속을
맘대로 휘젓고 다녔을 것이다
이젠 모든 것 체념하고
밤낮으로
벽에 상반신만 들어 낸
뿔이 잘 생긴 저 박제 사슴
이젠
아무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두 눈의 동공만은
아직도 살아 있는양
바깥 푸른산만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다
<2008. 6. 3>
오정방
생시엔 저도 필시 들판을
뛰다 못해
날아다녔을 것이다
저도
포수에 잡히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긴 다리를 자랑하며
산속을
맘대로 휘젓고 다녔을 것이다
이젠 모든 것 체념하고
밤낮으로
벽에 상반신만 들어 낸
뿔이 잘 생긴 저 박제 사슴
이젠
아무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두 눈의 동공만은
아직도 살아 있는양
바깥 푸른산만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다
<2008.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