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사라져가는 '우분투' 정신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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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4/12/04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4/12/03 17:20

지금 필자는 뉴저지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 사는 딸이 결혼 9년 만에 아기를 낳아 귀한 생명을 축하해 주며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냈다. 다리 건너에 있는 뉴욕은 언제 봐도 바쁜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도 그렇게 지내왔다.

걸음은 바쁘지 않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바빴고 하루하루 허망하게 살았으나 스쳐가는 세월은 빛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11월 한 달이라도 조금 더 머뭇거려주기를 바랐다.
시인 오정방은 그래서 '나는 11월이 좋다/ 11월이 더 좋은 까닭은 아직도 한 해를 넘기기에는/ 한 달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고 노래했다.

40년 넘게 루게릭병에 짓눌려 살면서도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강의를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나에게서 최대의 사건은 아직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기쁠 때도 있지만 눈물로 지새우는 날도 있고 성공하는 날도 있지만 실패하는 날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경험은 바로 생명을 가진 자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것이다.

갓 태어난 어린 생명에게서 받는 환희는 특별하다.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 꽃보다 아름답다는 어린 생명을 쳐다보노라면 감동이 넘친다. 생명은 인연이다. 어디 혈연만이랴.

우리는 지금 이 시각 미국의 동부와 서부 한국과 미국에서 시간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동일한 일로 울고 웃는다. 오늘을 같이 사는 수많은 생명의 인연들. 생명의 끈으로 이어진 우리들의 신묘불측한 모습이다.

요즘 온라인에서 많이 거론되는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있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건국이념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인간애' 또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라는 뜻으로 어쩌면 우리의 홍익인간의 정신과 같은 내용이다. 인간의 생명과 삶을 존중하고 하늘의 은혜를 온 백성이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홍익인간은 인본정신의 표현이다. 우리는 본시 그런 민족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에서는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더러는 제주도 등 섬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한국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나친 경쟁과 속도가 삶의 가치가 돼버린 도시 생활에 대한 염증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극도의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정부의 비정함에 환멸을 느껴서란다.

맨해튼에서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일단의 시위대와 마주친다. 세계의 부가 집결된 거리에서 듣는 100년 전 200년 전과 똑같은 함성…. 문명의 발전은 정신을 못차리게 빠르면서 인류가 해결해야 할 생명.인종.종교.빈부의 갈등은 세월이 가도 늘 그 자리에 머문다. 인정없는 거리에서 그래도 53년 전에 헤어졌던 동창들과의 해후가 세모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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