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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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수필
2003.07.21 13:53

재수없는 날

조회 수 8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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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는날 중에서도, 교통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히는 날은 그야말로 기분 잡치는 날이다. 평소 운전을 잘하고 있다가도 경찰차가 내 뒤나 옆에 바짝 붙어 있으면 어쩐지 온몸의 신경줄이 팽팽해 진다. 특히 가족끼리 오랜만에 기분 좋은 휴가를 즐기던 중이었다면 여유롭던 휴가기분이 십리 밖으로 달아나 버리곤 한다.

과속으로 사고가 나면 그 후 얼마 동안은 엑세레다 밟는 것이 겁난다. 앞차와 충돌사고라도 경험하고 난 후엔 내차가 앞차와 가까워 지는듯하면 곧 부딪칠 것 같은 강박감에 나도 모르게 으아악~~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경우다. 강심장이신 분들은 뭐 그만한 일로! 하면서 여전히 씩씩하게 운전 하는 모양이다.

하여튼 겁도 엄청 많은데다가 길 감각이 유난히 둔한 난 어쩌다가 코리아타운을 나가도 목적한 일만 보면 총알같이 집으로 직행이다. 괜히 광고 엄청 때려대는 쎄일 제품에 마음이 동하여 이곳 저곳 헤매다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기 대문이다. 특히 원웨이 길로 들어서는 날은 정신 없이 허둥대다가 엉뚱한 프리웨이를 타곤 낯선 동네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면으로 유난히 둔한 내가 어젠 옷을 하나 살까 하여 몰에 샤핑을 가는 길이었다. 이사온지 얼마 안된 동네라 두리번거리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왼쪽에 샤핑몰 사인판이 보이길래 차선을 잡아서 화살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저 뒤쪽에서 왱왱대는 소리가 가까워 오는듯해서 헤드라이트로 보니 파란불 빨간불이 정신없이 번쩍대면서 경찰차가 급하게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멍해진 나!! 쭉 늘어선 양쪽 차들을 보니 경찰차가 통과할 통로가 전혀 없었다. 어떻게 되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상황을 보고 있으려니 어머나! 그 경찰차가 내 뒤에 딱 붙더니 즉시 마이크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차는 빨리 비키라는 것이었다. 난 신호고 뭐고 볼 것도 없이 모든 차가 멈춰선 그 길에서 유일하게 특권을 얻은 양 오른쪽으로 차를 빼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때부터 나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그 샤핑몰로 들어가는 신호등 다음부터는 유턴을 할 수 없다는 사인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낯선 길을 한참을 드라이브한 후에 왼쪽으로 들어설 수 있는 길이 나왔다. 이젠 살았구나 싶어 일단 들어갔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가보니 그 길은 바로 프리웨이랑 연결되어 있었다. 놀래서 바로 옆 조그만 길이 보이길래 무조건 들어갔더니 어느 자동차 대리점 안이었다. 쎄일스멘들이 손님인가 싶어 반가이 맞이했다. 겸연쩍은 얼굴을 하면서 뒤돌아 나오다가 그만 그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어느 백인 할아버지를 치일 뻔 했다. 놀란 할아버진 조심하지 않는다고 나를 향해 소리를 꽥! 지르셨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샤핑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온몸에 기운이 쭈욱 빠지고 잠만 쏟아졌다. 조금 쉬고 나니 마음도 안정되고 배도 고파왔다. 나가서 냉면 한 그릇 사먹고 나니 속도 시원하고 기운이 났다. 가만히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았다. 오늘 정말 재수 없었던 날이었던가? 아니다!! 너무너무 운이 좋았던 날이다. 만약 사람을 치였다면 오늘 냉면 맛이 그렇게 시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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