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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비즈니스하는 분들이 많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이 많지만, '사람 쓰는 일' 또한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마켓을 운영하는 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는 기왕이면 젊고 호감 가는 외모의 여자 혹은 남자를 채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혈기는 넘치는데 일하는 태도는 안일한 일부 젊은 직원들 때문에 몇 번 속을 끓이고 나서야 조금씩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외적인 조건보다는 성실한 품성이나 생활습관을 가졌는지에 중점을 두고 사람을 뽑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인종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일할 시간이 다 되어서야 오늘 못 간다는 연락이 오거나 아예 연락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손님은 들이닥치는데 갑자기 대체할 사람은 없고 정말 사람 팔짝 뛰게 한다며 하소연한다.

생업이든 봉사든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사람을 보면 뭉클한 감동이 일 때가 있다. 멋지게 생겨서 혹은 멋진 옷을 입어서 멋진 사람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십수 년 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잘 아는 분이 경영하는 SAT 학원에 문의했다. 한국에서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했다고 했더니 영어로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자신 없어 하는 표정이다. 안면이 있는 공인회계사 한 분께 데리고 갔다. 컴퓨터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역시 고개를 젓는다.

친구는 자력으로 일을 구했다.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서비스 일이지만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는 친구,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지금도 한 곳에서 변함없이 일하고 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 가 아니라 일을 준 주인에게 감사하고 찾아 준 손님께 감사하다는 친구 음성에 밝은 기운 가득하다. 떳떳하게 살아가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신뢰가 쌓인다'는 말 속에는 시간이 들어있다. 편한 시간도 들어있고 편치않은 시간도 들어있다.

비즈니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서로 예민해지기 쉽다. 여차하면 어렵게 쌓아놓은 신뢰에 금이 가기도 한다. 깨지는 것은 순간이고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쌓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려운 신뢰, 그래서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1년에 서너 번 들르는 코리아타운의 한 매장에는 오랜 세월 그 사업체와 함께한 낯익은 직원들이 적지 않다. 경력이 쌓이면 월급을 올려서 옮겨가는 것을 능력으로 쳐주는 사회에 한 곳에 오래 있는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또 한국에서의 전공과 경력을 인정해주는 직장이 흔한 것도 아니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어쩌겠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직원이 수시로 바뀌는 곳보다는 그 매장 주인의 인덕과 직원의 성실함과 그리고 비즈니스가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인간관계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신의 성실의 원칙'이라는 법률 용어가 있다.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상대편의 신뢰에 어긋나지 아니하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원칙은 왠지 부담스럽다. 정과 합쳐놓으면 모를까.

미주 중앙일보 201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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