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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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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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미국에서 꿈꾸는 '지란지교'
2부 : 내 이름을 불러보자
3부 : 낯선 정서에 익숙해지기
4부 : 햇살 아래 널어 말린 빨래
5부 : 아주 오래된 인연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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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오연희 시인의 삶, 그리고 겉과 속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월간시지 심상 발행인)


오연희 시인을 만난 것은 오래되었다. 그가 심상 시인으로 데뷔하고 서울에 왔을 때였다. 어느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때 나는 오시인과 아주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곧 헤어졌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의 만남이 오시인에게는 섭섭하게 느껴졌나 보다. 나는 서울에서 사는 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사무적이거나 아니면 용건만 이야기하는 버릇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 나의 버릇이 멀리서 찾아온 오시인에게는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나보다. 그 후 언젠가 이 짧은 만남에 대해서 오시인은 섭섭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오연희 시인의 산문집 길치 인생을 위한 우회로발간에 맞추어 몇 마디 축하의 말을 하면서 오시인의 산문에서 보여주는 삶의 겉과 속의 갈등이나 상충 혹은 문화적 격차에 대한 시인의 예리한 안목을 찾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산문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을 나대로 들라고 하면 인간다운 삶의 원형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이 물음이 한국이나 미국에서의 삶의 현장에서 깨어진 거울에 햇빛이 내려앉을 때 어떻게 서로 엇갈리며 반사하는가 하는 문제처럼, 단편적인 인간의 삶의 표면 안에 의미의 파장이 어떻게 번져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좋은 이웃 찾기 내이름 찾기에서 한 빌딩의 사무실을 공유하는 오시인과 직원 그리고 일본인과의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갈등이 인종적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본질적 정신세계가 어떠냐 하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겉으로 살아가는 무난한 삶의 세계와 안으로 상처받아야 하는 삶의 세계를 서정적 문장으로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의 산문들은 삶의 표면상에 드러나 있는 부분에 대한 형상화와 내면에 담겨진 시인의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견해가 미묘하게, 때로는 갈등으로 때로는 조화로 오시인이 살아온 삶의 길의 얼룩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산문은 단순히 오시인의 눈에 비쳐진 세계가 아니라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 시인의 삶의 둘레에 놓여진 인간의 본질적 삶에 대한 물음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것이 한 특징이 되리라 생각한다. 행간에 숨어있는 수많은 의미들이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의 위로가 되어 인간다운 사람의 지평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 오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길치 인생을 위한 우회로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