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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김길주)과의 만남] 시 / 울릉도

2006.05.26 20:05

박영호 조회 수:1083 추천:72



울 릉 도

시 / 山峰 김길주


시인 [김길주] 씨는 제 학교 선배님 되신 분으로 산을 좋아하시는 산악인이시고, 우리 민족 문화에 남다른 관심과 식견을 지니신 분입니다. 아래의 시 '울릉도'는 비교적 긴 장시이지만, 읽다보면 우리 향토에 젖은 우리 민족 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원미산과(김길주와)의 만남> (http://cafe.daum.net/k2270kim)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작자의 말> 조국은 지금 독도에 대하여 깊은 고뇌에 있습니다. 일본이 자꾸 넘어다 보고 있기 때문니다. 백번 천번 골백번을 읽어도 울릉군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역사가 숨쉬고 있습니다. 지금 그곳에는 다른 누구의 것도 다른 누구도 거기에 남아 있지 않고, 우리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구의 흔적도 없습니다.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울릉도로 갈거나.
울 릉 도

시 / 山峰 김길주
조국에 가려거든 남빛 파도 울렁이는 울릉도로 가라 영토(領土)를 가려거든 맨살의 하얀 바위 독도를 보라. 파도소리 일렁이는 그 한 섬에서 천년 세월 비켜선 검은 바위를 본다. 굽이굽이 바람에 닳아 얽은 구멍으로 짠 갯바람이 새어 나간다. 아침 햇살 함초롬이 내려와 앉은 숨쉬는 東島에서, 석양 노을 연지 색 물든 西島를 본다. 빨래 줄에 하얀 속옷이 나부끼는 서도를 본다. 도동항 갯바람 해조음(海潮音)따라 바위 난간 산책길 발아래 너울거리는 다시마잎 놀래미떼, 우럭이 거기에 숨는다. 바위에 걸린 스피커는 우리민요 아리랑 한 처음 살아 숨쉬는 여기 이 섬, 선창가 저자 거리에는 홍합밥 누런 식욕이 되살아나고 사동항 기중기가 느리게 저울질하는 벌집 같은 언덕의 콘도 마당의 마가목 휘어진 가지에 무성히 피어나는 욕망이사 제 풀에 시들어 질것이고. 혼자만 다니라는 터널 입구에 외눈의 신호등이 느리게 껌박이고 해안가 잡초 사이를 헤쳐 가는 길. 구불구불 숨찬 언덕을 넘자. 곰바위, 사자바위, 투구봉 거북바위, 공암지나 삼선암. 그 주위에는 연어 떼 검푸른 물속에서 돌아오는 욕망이사 잔잔한데 태하리 마른오징어는 앞개울 흐르는 맑은 물로 행구어 말렸다더라. 천년 한 성하당 앞뜰에서 우리 아지메 머루주 한잔. 서글서글한 입담에 배어오는 향수 대풍령(待風嶺)에 향나무, 나무가지에 높새바람 일면 현포항 부푼 돛단배는 그리움 이물에 싣고 뭍으로 뭍으로 살처럼 미끄러져, 뱃노래 휘날리며 우리님은 떠나간다, 하늘이 내어 주어 천부이라 하자. 바람 잘날 없어도 천부항에 가자 우산버스, 렌트카도 사륜구동 택시도 서는 그래도 주막 같은 다방 하나 벽에 걸린 액자 속 난초잎은 왜 이리도 생기 없이 비비 말랐는가. 재 넘어 나리분지 나리꽃들은 석 달 가뭄에도 지천으로 피어 손대 모자라 묵힌 밭은 명아주, 바래기, 잡초로 제철만나 무성하다. 太古의 어둠으로 가라앉은 이 밤은 深海의 깊이로 가라 앉아 아득한 채 용출소(湧出沼) 물 하늘로 올라가는 소리일 뿐, 그 밤은 이장님집 현관에 내걸린 전등이 가물가물 조는데 알 봉 위 밤하늘에는 금가루 널린 별 밭이 넓어라. 이른 아침 웃밥 떠서 명이나물, 곰취, 더덕무침에 비벼서 먹고 등산화 끈 조여 매고 길 떠나는데, 투막집 외양간의 황소는 이미 제집 나간지는 오래라지만, 올 장마에 너와집 비샐까 괜한 걱정일랑 하지 마라라. 송곳산 기슭의 절간 뒤 숲 속에는 윤기 흐르는 동백 잎, 목탁소리 은은하거든 대처로 나간 내 자석들, 고비 밭 김매는 늙은 부부 염원이 간절하다. 성인봉으로 가자. 신령수 한잔 떠서 목 추기고는 원시림 헤집고 이어지는 등산로 층계에서 숨차면 난간 잡고 쉬엄쉬엄 오르노라면 만나는 산꾼들이 서로 정겹다. 구팔사 정상에서 聖人峰 해서(楷書) 어루만지며 발아래 울 엄니 푸른 젖무덤 그 치마 끝자락에 남빛 바다 물이 젖는다. 집어등(集魚燈) 오징어 배 만선으로 제 집 찾아 돌아오면 미항 나포리보다 다 자연의 저동에는 바다 내음, 사람 냄새, 숨쉬는 활기찬 아침이 열린다, 영원히 영원한 아침만 열린다. 잠시 관음도로가자 죽도를 가자 엎지면 코 닿는 죽도를 가자. 혼자서 이슬에 밥 말아 먹는 더벅머리 그 늙은 총각이 나를 기다린다지, 호박엿 공장 곱게 늙는 쪽머리 할머니는 경상도 방언에 청순한 미소에서 엿가락 같은 달디 단 인정을 본다, 우리네 맛보기 넉넉한 인심을 본다. 군청도 경찰서는 있어도 여우도 배암이 없는 섬. 그래 그래서 더 멀리 가려다. 주저앉은 섬 내 조국에와서 내 영토를 내 품에 안고 간다, 누가 이곳을 먼 곳이라 했는가. 울릉도에 갔더니 거기 내가 있었다. 거기 자네도 함께 있었다. 모국어로 선명이 새겨져 있었다. 너와 내 가슴 한가운데 ‘대 한 민 국 울 릉 도 독 도’ 라고. 선명히 선명히 새겨져 있었나니. 이제 막 얼음에서 녹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