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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다윗과 청계천

2016.12.11 09:07

최선호 조회 수:17

 

 

다윗과 청계천


 

 

  오물이란 오물은 다 나와서 누워있는 바닥, 독약이나 진배없는 검푸른 물이 번지던 곳. 여기가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서울의 심장 청계천이다. 3670 미터의 길이, 최대너비 84 미터로 게슴츠레 누어있는 흉물스런 괴물, 꼴도 보기 싫은 이 개울을 보다못해  콘크리트로 깡그리 덮어버리고 말았다. 처리할 방법이 막연했기 때문이었다. 복개 전의 청계천을 본 사람들은 그 더러움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러기에 아예 그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덮어버린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에서 지나지 않는다. 자기의 내면을 남이 볼세라 복개하고 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부끄럽고 안쓰럽고 얼굴을 내보일 수 없을 만큼 딱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궁리 끝에 청계천을 덮어버리긴 했지만 그 덮은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썩어문드러진 오물에서 메탄가스의 발생과 폭발을 예상치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폭발하고야 말 사실을 아는 사람들의 가슴은 항상 불안에 싸여왔다. 뿐이랴! 주한미군용 차량들은 아예 복개된 청계천에 근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위에 또 교각을 세워 다리를 놓고, 그 양 옆, 아래위로 가게들을 다닥다닥 붙여 줄을 이어, 수십 년을 살아왔다.        

 

  메탄가스의 폭발보다 더 무서운 진노의 형벌이 내리칠 날이 언젠가는 도래하고야말 텐데…, 우리도 이런 청계천과 같은 씻어내기 어려운 병적 아픔을 앓고 있으면서도 엉거주춤 있다가 복개해버리고만 채 불안마저 망각한 심령들은 아닐지.
 
  암몬 자손의 칼로 헷 사람 우리아를 죽이고 그 처를 빼앗아 간음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던 다윗. "너는 은밀히 행하였으나 나는 이스라엘 무리 앞 백주에 이 일을 행하리라 하셨나이다 다윗이 나단에게 이르되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 하매 나단이 다윗에게 대답하되 여호와께서도 당신의 죄를 사하셨나니 당신이 죽지 아니하려니와…"(삼하12:12,13).
 
  죄가 드러나는 즉시 회개와 슬픔을 참지 못하고 고백한 다윗은 죄 사함을 받았다.
인간의 존재를 괴롭히는 것이 죄악임을 뼈저리게 느낀 다윗은 하나님께 자복하였다. 그러자 물밀듯이 넘치는 기쁨과 평안을 맛보게 되었으며 자신의 체험을 통해 백성들을 교훈하며 죄 사함 받은 자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회개하는 자만이 죄의 사슬에서 벗어나 참된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깨닫는다.

 

  죄(허물)란 하나님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것(수24:19;암1:3), 하나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시109:7;창20:9;출32:30), 규칙에 어긋난 것, 비뚤어진 것(삼상26:9)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로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회개함으로 하나님의 자비하신 성품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인간의 허물(죄)은 아주 없었던 것과 같이 되는 것이다(시85:3).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많은 죄에 둘려 있다. 아직 그 대가로 징계를 받지 않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윗이 회개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를 용서하셨다(요일1:9).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자에게는 노염은 잠간이다. "내가 잠시 너를 버렸으나 큰 긍휼로 너를 모을 것이요 내가 넘치는 진노로 내 얼굴을 네게서 가리웠으나 영원한 자비로 너를 긍휼히 여기리라(사54:7∼8).

 

  청계천은 인간의 노력으로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죄는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가 아니면 씻어지지 않는다. 오늘도 청계천은 흰옷 입은 백성들의 가슴속에 주야장천 맑게 흐르는데, 우리의 심령이 맑아지는 그날은 언제일까? (Oct. 15, 08. 크리스천헤럴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