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2007.10.12 10:55
눈 나리는 날 숲으로 가네 늙은 피부 아래 묻힌 핏줄
처럼 뜻을 나누던 흔적은 어디에도 없는 들판을 가로질러
빙산처럼 홀로 떠 있는 숲으로 가네 느리게 호흡하는
갈참나무숲 그의 가슴은 아직 따스하고 그의 어깨는
눈 속을 흐르는 바람처럼 자상한 숲으로 가네 새하얀
눈썹을 열고 내려다보는 나뭇가지들 여름내내 신나게
주고 받던 햇빛을 다 떨구어 낸 숲은 드디어 그대와
나만으로 가득하네 한 마리 거대한 새처럼 내려않는
하늘 청렴한 손을 내밀어 내 가슴에 피어나는 눈꽃
덤불을 어루만지고 노루처럼 아늑한 그의 품에서 눈을
감는 나는 이제 막 태어나는 것이라도 좋고 영원히
떠나가는 것이라도 좋으리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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