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옮겨 심어며 / 석정희

2008.06.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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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옮겨 심어며 / 석정희
-사랑하는 딸 결혼에 부쳐-

해맑은 아침 뜰안에 서있던 나무 한 그루 숲에 옮겨 심습니다
아끼던 말 숨겨 두었던 말들 가려내 이슬방울로 편지를 씁니다
행주치마에 손 닦으며 깊은 마음 모아 글을 써내려 갑니다
강이 바다에 이어져도 바다를 채우지 못하듯 마음이 기울어 있습니다
쌓여진 오랜 시간들이 한 방울 한 방울 이슬되어 눈에 맺힙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씨 뿌렸던 그 날이 어제인데......
움 돋고 싹이 터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보내기 스물 여덟 해
뜰안에 자랑이요 기쁨이 가지 뻗어 꽃피우며 자랐습니다
여름날에 타는 듯한 더위도 겨울철에 혹독한 추위도 잘 견뎌 주었습니다
이제 숲에 나가 서게되면 몸살도 앓게 되겠지요
그러나 숲을 이룬 나무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기쁜 마음으로 옮겨 심습니다
바람 가리고 서리 덮어 키워 주신 큰 손 있는 것 믿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든 그 손길 지키시어 꽃 피게 하시고 열매 주심을 믿습니다
함께 서는 나무 어울려 꽃 피우고 열매 맺어 하나의 동산 이루어짐 봅니다
노래하는 꽃 피우며 종소리 울리는 열매 주렁 주렁 하기만을 빕니다
우리모두 언제나 사랑의 눈길로 우람한 나무로 서게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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