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행시/시조

2012.09.10 05:36

동아줄 조회 수:538 추천:48

45) 엘에이의 비/ 이상기온
동아줄 김태수

엘니뇨는 농,어업을 싸그리 뭉개버리는 싸가지 없는 놈이여
에이 그럴 리가 본디 따뜻한 놈인디
이렇게 겨울인데도 알래스카에 눈 대신 비가 오잖여
의뭉시럽게 얼마나 추운지 슬쩍 한번 와 본겨
비웃는다고 비가 눈 안됑게 눈우는 소린 그만 혀 하기사 눈도 비도 다 물이여, 눈물



44) 당면

당당히 허리 펴고 빳빳하게 산적 있다
뭉그러진 알몸으로 껍질 벗고 나온 세상
한순간 치열한 열정에 부서져도 좋으리

맛 따라 어울리려 담긴 대로 산적 있다
기다리다 응어리져 굳어버린 나의 이퉁
뜨거움 넘치는 사랑에 흐늘대도 좋으리



43) 안경

흐릿한 눈 거두고 맑은 눈빛 건네주면
가보지 못한 곳도 어둠 속에 빛이 되어
작은 원 큰 세상 품고 환한 웃음 짓는다



42) 출국

소나무 끌어안고 매미는 울어대고
바람은 쉴 곳 없어 둥지 찾아 떠나간다
목장승 서성대는 어머니 바라보고 서있다



41) 겨울 까마귀

화려함 빠져나간 흑백 현실 앞에서
오작교 *반포지효 삼족오 떠올리는
흰추위 흉조된 국조 오욕 울음 매섭다

*반포지효 (反哺之孝) :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말.
삼족오(三足烏) :  세발 달린 까마귀로 태양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천.지.인(天地人)의 삼신 사상을 나타내고 환인.환웅.단군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40) 동행
불우한 어린 시절 초등학교 그만둬서
봐달란 아들 숙제 암만 봐도 알길 없다
이런 것 넌 안 배웠니 나도 그래 그래그래



39) 중심고을/고운 누리

중절대고 흐르면서 중동치기 끌어 안고
심사미로 모여들어 심알 맺는 터전 일궈
고운 누리 펼쳐놓아 고샅길도 어울려서
을크러진 마음 거둬 을모진 데 묻게 한다


중난하게 가꿔온 터 중산층이 살판나고
심마니도 신이 나서 심봤다고 소리치고
고붓한 길 따라가며 고래실 땅 풍년들어
을자진 굿 신명 나서 을싸하게 울려댄다.


*중절대다 : 수다스럽게 중얼대다.
*중동치기 : 하던 일이나 사물의 가운데 부분을 끊기
*심사미 : 세갈래로 갈라진 곳
*심알 맺다 : 마음을 통하고 정을 맺다.
*고샅길 : 마을의 좁은 골목길
*을크러지다 : 마구 눌리어 으스러지고 찌그러지다.
*을모지다 : 책상의 귀처럼 세모지다.
*중난하다 : 매우 소중하다.
*고붓하다 : 약간 곱은듯하다.
*고래실 땅 :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땅
*을자진굿 : 농악대워들이 을자진을 치는 놀이
*을싸하다 : 그럴싸하다의 방언



38) 나이테


청소년
나침판 가리키는 북극성 쳐다보고
이미지 떠올리며 바른길 간다지만
테거리 몰려다니는 흐름 속의 은하수

중년
나 홀로 앞만 보며 좇아간 따순 햇살
이제금 기어오른 담쟁이넝쿨일까
테이블 마주 앉아야 피어나는 웃음꽃

노년
나뭇잎 떨어져야 새순이 돋아나듯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달




37) 된서리

동아줄 김태수

동장군 보낸 첨병 산마루 진을 치고
여울진 산동네 햇살 기름값 불붙이니  
한바탕 애태워 녹일 살얼음판 생활고

찬바람 함께 누워 뒤척여 지새다가
묽은 해 눈비비며 게을리 찾아오면
이불 속 허물 벗어나 독거노인 반긴다.



36) 시심


햄버거 피자 콜라 인터넷 주문 배달
우체통 지나치며 휴대폰 문자 확인
사랑도 내비게이션 따라가면 이를까




35) 바다에 폭풍이


바람이 미친 듯이
바나나 물결 탈 때

다시마 깜짝 놀라
다 함께 몸부림쳐

에그 참, 힘들여 가꾼 어장
에그머니* 어떡해



*에그머니 :  1) 에구머니의 방언    
              2) 농부(農婦)가 비상시를 대비해서 벌어 놓은 돈, egg money.




34) 너와 내가

너무 하지 않나요
와도 그만 가도 그만인 사람을
내내 가슴 앓도록
가없이 기다리게 하다니요


너스레웃음 달빛 속으로 사라지고
와인 한 모금 싸하게 가슴에 스며올 때
내 안에서 발효되지 않은 당신은
가만 가만 나를 적신다


33) 지리산 문학관

동아줄

지켜 온 산세 기운 지실을 안아 품고
이랑 진 골짝마다 이름값 어울리게
산꽃향  피워올리며 산등 구름 홀린다

문장을 빚어내는 문사의 마음 모아
학처럼 고고하게 학풍을 이어가면
관음이 설 땅 잃고서 관목 속에 숨는다

지며리 쌓은 내공 산천에 스며있어
이야기 꽃을 피워 글밭이 가득하니
산자락 둘러앉히고 음풍농월 펼친다

문질러 갈고 닦은 도공의 손길처럼
학생들 마음 담을 제 그릇 빚어내니
관심이 바람 일으켜 글발 찾아 날린다


지나간 장마 끝에 햇살이 눈 부셔도
이내 낀 골짜기엔 옛 사연 서려 있다
산새는 날지 못해서 가지에서 우는가

문배가 익어가고 문향이 흩날릴 때
학배기 깨어나서 날갯짓 연습하다
관념을 뛰어넘어서 하늘 위로 솟을 터



32) 운수대통

운수를 알고 싶어
수상가에게 물었더니
대가가 될 상이라는데
통닭구이 한 마리 값이라니

운명의 날 기다리다 운동으로 몸을 푼다
수업료는 올랐어도 수강만은 해야 하고
대학교를 졸업해도 대부분이 실업잔데
통지서를 받아 보니 통쾌하다 고시 합격



31) 그대 모습

코끝이 찡하도록 그리운 그대 향기
스며든 달빛 품은 정겨운 그대로다
모아든 여린 사랑 태풍도 끌어안고
스적인 가슴마다 피어난 고운 자태



30) 돋보기

동아줄 김태수

나는 늘 불려 보나 꾸밈과 보탬 없어
작은 눈 더 크게 떠 숨겨진 진실 캐고
떠날 땐 본 모습 대로 내어주고 나선다

만나면 맑은 모습 새롭게 보여주고
연륜이 깊은 사람 저절로 어울려서
또렷이 세상 보도록 흐릿한 눈 거둔다

못다 본 세상살이 재밌게 읽어주고
굴절된 삶의 계단 살피며 오르내려
그들이 살아온 만큼 여유 안목 담는다

찡그린 얼굴 펴서 환하게 웃게 하고
빼어남 돋보이려 살며시 숨긴 흠집
작은 원 큰마음 품어 앞날 보며 들춘다.



29) 아름다운 삶

동아줄 김태수

여름내 그리움을 햇살에 태워가며
다져온 사랑 열매 여물게 기다리다
알아서 거둘 만큼 이룬 뒤 내려놓고
쓸쓸히 고운 색 죽이며 겨울 길로 나선다

아들딸 키워보내 혼자서 실버타운
사는 길 비좁아도 하늘은 넓고 푸러
해거름 좁은 부엌 슬며시 엿보지만
어느새 달려온 아침 밥상 마주 앉는다

키워온 제 몸 모두 말없이 내려놓고
물 따라 바람 따라 그대로 몸 맡기며
모퉁이 으슥한 곳 제일 먼저 감싸 안고
낙엽이 몸 부려 놓고 새봄으로 스민다.




19) 지구의 감기몸살

동아줄 김태수

불꽃은 꽃잎 없이 빛나는 환상 속에
이기심 피워 내고 뽐내며 계속 남아
가쁜 숨 몰아쉬면서 화려하게 버틴다

죽은듯 고요해도 숨 쉬는 생명체들
자연 속 연결고리 끊기면 돌연변이
스스로 거듭나려고 바동대며 버틴다

물줄기 돌려놓아 피고름 흐르는 강
산허리 상처 밟고 우뚝 선 시멘트벽
바람길 막아서고서 당당하게 버틴다

콧물이 봇물 이뤄 지구는 엉망진창
오한이 기웃대고 고열은 단골손님
재채기 큰바람 내고 신음하며 버틴다

문명 꽃 새록새록 싱싱히 피어날 때
면역 꽃 시름시름 시들며 지는데도
오늘도 환경 호르몬 중독된 채 버틴다.




18)  가족


동아줄 김태수


나 홀로 앞만 보며 흘러온 지난 세월

이보다 좋다한들 그것은 꿈이로다

테이블 가득 넘치며 피어나는 웃음꽃



17) - 12支 -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오해, 유인 묘사
자축, 신진 미술  

오해, 신진 유인
자축, 미술 묘사(묘사 미술)


16) 재활 치료

동아줄 김태수(Thomas Kim)


나 지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지만

이대로 눈 감기엔 아직도 할 일 많아

테스트 견뎌내면서 목숨 줄을 잇는다



15)  봄빛

동아줄 김태수


눈 삼킨 따순 햇살 겨울 숲 달려나와
연둣빛 바람 불러 잎망울 간지럽혀        
열린들 큰 푸른 잔치 신명나게 벌인다

바람꽃 버석 일면 구름이 다독대고
얼음장 허물 벗고 희망을 길어올려
성그레 맑게 웃으며 새 옷 입고 나온다

닫힌 맘 빗장 풀고 나들이 나설 때면
우기다 쌓인 앙금 가지에 촘촘 달아
사랑 꽃 흐드러지게 하늘하늘 피운다.



14) 된서리

동아줄 김태수

동장군 보낸 첨병 산꼭대기 진을 치고
여울진 산동네 햇살 기름값 불붙이고  
말없이 애태우며 녹여낼 살얼음판 생활고



13) 인생

동아줄 김태수


청년의 의욕

나침판 가리키는 북극성 쳐다보고
이미지 떠올리며 바른길 간다지만
테거리 몰려다니는 흐름 속의 은하수


중년의 가족

나 홀로 앞만 보며 좇아간 따순 햇살
이제금 기어오른 담쟁이넝쿨일까
테이블 마주 앉아야 피어나는 웃음꽃


노년의 기도

나뭇잎 떨어져야 새순이 돋아나듯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달


12) 8월 더위와 어머니

동아줄 김태수

무더위 안고 한국의 열대야 속으로 들어갔다
새벽 설잠 깨고 보면 열려있던 창문 닫혀있고
어머니 얇은 모시 홑이불 땀 흘리며 누워있다

찬 바람 덮고 잔 지난밤 불러온 배탈 재우려
청개구리 푸른 외침 불볕 속에서 비구름 부르고
바람은 벼포기 속살 키우려 땀 흘리며 돌본다

굽은 어머니가 밥상에 올려놓은 싱싱한 여름
고추처럼 빨갛고 오이처럼 시원한 어머니 사랑
상추로 덧싸서 한입 베어 물면 알싸하게 스민다

건강하셔야 혀 삼 년 있다 또 올랑게
나 걱정 허들 말고 너희나 건강혀 이~잉
눈물샘 감춤과 보임 겨루며 실버타운 나선다

매미 우대는 햇살 붙들고 서 있는 황톳길 떠나
돌아온 앵커리지는 피서 온 사람들 돌려보내며
살그레 가을 불러와 모시 홑이불 펼쳐놓고 있다



11) 바람 품은 둥지가 알도 품는다

동아줄 김태수

힘차게 바람 타며 나는 새도 처음에는
걸음발 타며 파닥거리며 몸의 중심 잡았다
어디에 파닥거리지 않는 편한 삶이 있을까

내일이 무너질 듯 장맛비 쏟아져도
깃털 뽑힐 듯한 시련 태풍처럼 닥쳐와도
철새는 머무는 동안 돌아가지 않는다

때가 되어 비상하면 비바람 맞으며 품고
멈춤 없이 죽을 힘 다해 끝까지 날 뿐
사랑은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여문다


10) 알래스카의 시월 비  

동아줄 김태수

시나브로 가랑잎 적시던 가랑비
산꼭대기 오르더니
보고 싶던 푸름 떠난
산허리에 주저앉아  
하얗게 부서지면서 시린 눈물 흘린다

꼿꼿이 깃 세운 쳐진 철새
아침부터 가을 지고 와 부려 놓고
겨울로 들어가는 서걱서걱한 모퉁이 돌며
아직은 괜찮다고 다짐하며
발도장 생존 확인서 서릿발 위에 찍는다

햇살 붙잡고 어는 가지 덥히다 익은 단풍잎
아쉬움으로 매달려 바람 타며 버티다 후두두
그리움으로 떨어져 철새처럼 사라지면
맨몸 자작나무 달빛 품고 바위에 누워
내일의 새로움 새기며 썰렁함을 달랜다

머무름 없이 마음 다해 낮은 곳에 임하라는
바람의 충고대로
말갛게 씻겨 떨어지는 외로운 잎들
후미진 곳 찬 서리 덮어주며
어느새 새 눈꽃으로 피어나는 하얀 시월詩月


9)네가 봄이런가

김태수

그늘진 겨울나무 사이를
헤치고 달려나온 그대
봄빛 속살대는 길 따라가다
꽃향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사랑으로 물오른 그대
사랑 심으려 꽃나무에 올라타
파릇한 꽃대 끌어안아 흔들며
피어나는 꽃마음 어르고 있다

봄꽃에 빠져들어 달뜬 기분 내어밀고
스르르 허물 벗어 망울 간지럽히면
간드러진 여린 몸짓 한껏 한껏 부풀어
마른 가슴 곱게 적시며 사랑꽃 터진다

천지 사방
수런거리는 봄날
부활이 바람타고
돌아다닌다


8) 가을

얼룩진 그리움을 햇살에 태워가며
다져온 큰 사랑을 여물게 기다리다
알아서 거둘 만큼 이룬 뒤 내려놓고
화려한 색깔 죽이며 겨울 길로 떠난다

아들딸 키워보내 혼자서 실버타운
사는 길 비좁아도 하늘은 넓고 푸러
해거름 좁은 부엌 슬며시 엿보지만
어느새 달려온 아침 밥상 마주 앉는다

키워온 제몸 모두 말없이 내려놓고
물 따라 바람 따라 그대로 몸 맡기며
모퉁이 으슥한 곳 제일 먼저 감싸 안고
어디든 살릴 곳에서 새봄으로 스민다


7) 세월이 가면/첫사랑

동아줄 김태수

세벌이 끝난길에 저녁놀 앉혀놓고
월천국 동무삼아 막걸리 한잔하면
이랑진 이마위로 그리움 고여오고  
가는눈 하릴없어 오는눈 그리는데
면먹던 그때그눈 지금도 그대로다

세벌이 : 맞벌이 부부 중 한 사람이 투잡(two job) 하게 될 때 부부 합하여 모두 쓰리 잡.
월천국 : 건더기 없는 맛없는 국
면먹다 : 편(짝)이 되다. 내기 등에서 두 사람 사이만은 서로 이기고 짐을 따지지 않는다.


6)기도

나뭇잎 떨어져도 새순은 돋아나고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다


5)사랑은

사망할 그때까지 몸과 맘 다나누며
랑랑한 소녀처럼 푸르게 들떠있다
은은한 해거름 타고 사라지는 뜬 구름


4)앵커리지 한인성당/안광성 다두 신부님

동아줄 김태수


안에서 다독이며 밖에서 끌어온 정
광명이 비치기 전 어둠이 깊었는데
성스레 큰 웃음 짓는 우리 성전 이뤘네

다람쥐 내달리듯 일 찾아 동분서주
두터운 믿음 모아 하늘 뜻 꽃 피우고

신선한 앵커리지 겨울밤 별이 되어
부추긴 주님 사랑 사방에 내비치니
님께서 바라는 대로 이웃 사랑 길 되네


3)가는 세월

        낙화유수
        엽차 한잔
        따라지 같은
        라이브 인생
        
         *바사기처럼        
        람루해도
        따사로운
        라면 인생


바사기 : '바사기'는 '팔삭이(八朔-)'가 변한 것이다. '팔삭이'는 임신한 지 여덟 달 만에 낳은 아이이다. '팔삭둥이'와 의미가 같다.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 만에 나온 아이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 그 미숙한 아이라는 뜻이 비유적으로 확대되어 똑똑하지 못한 사람 전반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2) 물안개 사랑

물처럼 흘러 가면 물론 안 된다고
안으로 다짐하며 안달해보지만
개새끼 떠나가면 개집 댕그랗다



1)발가락 양말/공손한 발

동아줄 김태수


발끝이 장갑 낀 듯 손으로 다시 난 발

가볍게 걷지 못해 짓밟고 살았는가

낙목落木은 시린발로  한곳에 동고동락

양손은 높게벌려 따순 해 부른 모양

말갛게 새싹 일궈 하늘 뜻 꽃 피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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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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