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김태수
나는 생일을 모른다
종합병원 주차장
햇살 아침 병문안 올 때
구급차 바람 따라 들어오고
가물가물 영구차 떠난 자리 참새 떼 푸드덕 날고
산모 요람 들고 차에 오른다
병동의 비명과 신음 속으로 삭이다 삭이다 잎 지고
새소리 빗소리 눈 녹는 소리 새순 부르면
부지런한 햇빛 피었다 지길 거듭하여
태어남 없이 존재할 수 없어 생일 만든다
부모로부터 건너온 생일 대물림해 줄 때
이곳 생일(生日) 그곳 명일(命日)이 된다
팔다리 굵어져
해와 달 불러 앉히고
하얀 침대 속 근심도 불러오고
홰와 달과 별과 구름과 바람이 공연하는
날마다 새로운 하늘 이야기 엮어가며
그늘 되고
둥지 되고
고목이 된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시간에 테를 두르며 서 있다.
나는 나이를 모른다.
시작 노트 : 생사의 교차가 일어나는 곳, 종합병원에 원형의 나이테가 서 있다. 생사 일여. 궁극적으로는 삶의 굴곡이 구불구불한 길일지라도 하나의 동그라미가 되어 시작과 끝이 함께 공존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