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2007.07.03 16:08
딸 아이가 지난 토요일 시집을 갔습니다.
먼저 딸을 시집 보낸 사돈이 딸 아이 시집 가던 날 자기는 많이
울었다며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에 오늘 같이 좋은 날 울기는
왜 우느냐며 나는 안그런척 했답니다.
하지만 막상 딸 아이 손잡고 걸어 들어가 사위에게 건네 주고
좋아서 싱글벙글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꼭 집어 뭐라 말 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결혼 리셉션 파티 때 오래전 딸 아이가 대학을 다니며 집을
떠나 있을 때 쓴 시를 읽어 줄려 했었는데 아무래도 끝까지 다 읽을
자신이 없었고 딸 아이에게 약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포기를 했습니다.
지나 놓고 보니 일생에 한번있는 기회인데 딸 아이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해 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에 이렇게 라도
이 시를 다시 올려 딸을 보내는 아쉬움과 새 가정을 이룬 딸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는 아빠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권태성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떠나는 너를 보며
아빠는 섭섭한 마음으로
공항을 나와, 너 없는
텅 빈 집으로 향했단다
너는 아빠에게 물었었지
“아빠 많이 섭섭해?”
아빠의 대답은 “아니, 하나 두!”
너의 대답은 “아빠 많이 섭섭하구나!”
그리곤 너는 아빠를 꼭 껴안아 주었지
아빠의 tight hug와
*껄렁 껄렁 없이는
잠 못 이루던 너!
너의 앙증맞은 입술에 뽀뽀 해주고
예쁜 코와 볼 깨물어 주는 맛으로
아빠는 행복했었단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너는
아빠의 tight hug와 껄렁 껄렁 없이도
잘 자기 시작했고
간혹 아빠가 뽀뽀라도 할라 치면
고개를 돌려 볼을 내밀었었지
아빠가 얼마나 섭섭했었는지
너는 알기나 하니!!
어느새 너는 숙녀가 되어
아빠의 품을 떠나는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을
아빠는 네가 언제나
아빠 곁에서
아빠의 “little girl” 이었으면 했으니…
홀로 서기를 하는 네가
안쓰럽고 걱정도 된다만
어차피, 그 길이
네가 가야 할 길이고
너는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이니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
항상, 너의 곁에
아빠와 엄마가 있고
아빠와 엄마 곁에
네가 있다는 것 잊지 말고
힘차게, 너의 갈길
걸어 가거라!
* 침대를 흔들어 주는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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