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남기기 - 이성열

2005.05.01 14:52

미문이 조회 수:150 추천:7

어미에 대한 나의 기억은
내가 다섯 살 되던 해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그 한가지 뿐이다
피난 중 어미는 남의 집 문칸 방에
치명적 병을 안고 누워
마지막 날들을 보내면서
아직도 내가 잊지 못하도록
어리던 나를 학대했다
아랫목에 누워있던 그녀는
내가 방에만 들면 벌떡 일어나
나를 추운 밖으로 몰아내려고
꾸짖고 때리고 협박했다
쫓겨난 나는 추위에 떨며
문고리에 매달려 울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입실이 허용되었을 때
놀랍게도 어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얼굴엔 이미 생명의 꽃 대신
버섯같은 저승 꽃이 피어 있었다
지금도 나는 모른다 떠나는 어미로서
그녀가 나를 구박한 건
정을 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단 한 가지라도
내 기억에 남겨두기 위해서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