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읽다 / 유안진

2006.06.20 03:38

eubonghee 조회 수:634 추천:37

무지개
  무지개를 읽다

유 안 진


장대비가 쏟아진다
하늘과 땅이 모처럼 한뜻 한몸이 되는 이런 시간에도
몇며칠을 땡볕에 몸 달군 아스팔트 바닥에는
읽을 수 없는 요상한 글자들이 난장을 치고 있다
콩 튀듯 팥 튀듯
난리 법석 뛰어 다니는 외계어 문장을
속독으로 읽어주는 누군가들의
숨찬 목소리만 쇠귀에 경 읽듯
그 소음이 그쳤는지 길 건너 옥상 위에는

ㅂ ㄴ ㅍ ㅊ ㄴ ㅈ ㅃ

휘어지도록 길게 일곱 줄로 늘어선
한글 자음 글자들
모음 없이는 읽어낼 수 없는
귀가 먼저 알아듣는 내 모국어
심장의 박동 맥박 숨결의
혈연이상의 혈연으로
하늘과 땅의 약속도 저절로 해독되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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