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25 09:16

노오 프라브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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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 프라브럼/오연희

짐 잘 챙겨가라는
3개국의 언어가 한 빛깔인 듯 기내를 돌아 나온 후
센젠 공항에 내렸다
가슴에 가득찬 말이 언어의 빛으로 전해지지 않는
첫 만남
이 메일로 주고받던 영어는 어디로 가고
미국에서 건너온 한국영어와
중국사는 중국영어가 제 갈 길을 찾느라 어리둥절하다

차를 내놓는 그의 손이 넙적한 파초잎 같다
뜨거운 물에 오그라질 것 같은 너무도 얇은 플라스틱 컵
그 안에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이파리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고단한 영어가 컵 안에서
-흐이유- 몸을 푼다

말을 하다가 막히면 모두 “노오 프라브럼” 하고 얼버무리는 그
노오 프라브럼
캐롤 레스토랑 오케이? 해서 따라갔더니 ‘서울각’이다
캐롤이 코리아의 중국 발음인 것을 몰랐어도
노오 프라브럼

환한 빛 속에서도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자신을 온통 풀어내도 우러나지 않는 차의 향처럼
결국은 어긋나버리는 마음들

‘노오 프라브럼’으로 견딜 수 있는
‘프라브럼’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쩌다 반짝이는 빛 아래서 서로를 보는 것이니
‘노오 프라브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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