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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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문학 단상/ 새벽 한 시

2017.12.25 07:23

Noeul 조회 수:8655

문학 단상/ 새벽 한 시 - 이만구(李滿九)


요즘은 밤늦게까지 시작에 열중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 새벽 한 시를 가리키는 벽시계를 보면서 오늘 밤은 유난히도 한 비운의 젊은 시인이 떠오른다. 그를 유행가 풍의 통속적인 시인이라 부르던 이도 있었다. 생각건대, 그는 한국동란을 겪으며, 아마 불행히도 의사의 꿈과 현실을 저버리고 시작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는 대표시 끝말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의 그런 심정으로 목마처럼 별나라로 떠나 간지도 모른다. 그가 화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와, 장미의 도시 오레곤 포트랜드에 한 달 정도 살면서 쓴 시 "새벽 한 시의 시"의 고뇌와 우수를 다시 되새겨 본다. 나는 우연히도 그가 마셨던  진피스에 취해 힐튼호텔 앞의 네온사인 불빛 비치는 밤거리를 배회했던 젊은 날을 기억한다. 찬비 내리는 밤거리의 가을 낙엽을 밟으며, 사랑과 인생과 삶의 애증으로 괴로워했었다.  세월은 가도 그의 시어는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다. 그를 기리는 첫 번째 문학 수상자인 돌아가신 시인 서은 선생님처럼, 나도 그의 시 세계를 이어가는 그런 서정시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