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빈자리

2018.08.23 17:28

김길남 조회 수:2

엄마의 빈자리

 안골은빛수필문학회 김길남

 

 

 

 

 40대 남자가 안방에서 하늘나라로 간 아내의 사진을 닦으며 눈물을 흘린다. 어느 결에 따라 들어온 세 살짜리 막내가 "아빠, 울지 마!"한다. "왜 아빠는 울면 안 돼?"라 대답한다. 그렇다. 아빠는 울고 싶어도 울지 말아야 한다. 아빠가 울면 온 가족이 울음바다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은 엄마 생각이 더 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딱한 사정이 왜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전남 무안에 가진 것은 없어도 성실히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다. 몸은 건강하여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남의 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위로 아들 셋을 낳고 막내딸까지 낳아 예쁘게 기르고 있었다. 복은 거기까지 밖에 없었던지 아내가 암에 걸렸다. 살기에 바빠 진찰이 늦어 이미 때를 넘긴 뒤였다. 그래도 살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조금 모아놓은 자금을 털어 치료했으나 끝내 하늘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막내는 몇 달이 지났어도 엄마 어디 갔느냐고 찾는다. 아직 어려서 장례 치른 것을 모른다. 아빠는 병원에 갔다고 둘러댄다. 그러면 엄마 보러 가자고 조른다. 내일 가자고 하며 미루어왔다. 안타까운 장면이다. 큰아이들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막내가 차라리 나으려나 싶기도 하다.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 길을 별 수 없이 가고 마니, 남은 사람은 어찌 하란 말인가?

 큰 아이들은 싸우지도 않고 집안 일을 한다. 엄마가 없으니 막내를 달래고 씻기고 머리 손질도 해준다. 아빠가 일 나가서 없으면 밥도 차려먹고 설거지도 한다. 빨래도 세탁기에 넣어 빨아서 넌다. 청소는 물론이고 방안 정리도 서로 미루지 않고 한다. 참 싹수가 있는 아이들이다. 환경이 가르친다고, 살아가려니 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야 아빠가 일을 하여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엄마사랑을 못 받아 삐뚤어져 부적응아가 되기 쉬운데 이 집 아이들은 참 착한 아이들이다.

 아빠는 배운 것은 없어도 머리는 틔어서 기계를 부리고 손질하는 기술이 있다. 농촌의 경운기, 콤바인, 트랙터를 몰 수 있다. 용접기술도 있어서 웬만한 것은 잘 고치기도 한다. 마을에서 농기구 고장이 나면 이 사랑을 찾는다. 그러나 농촌의 일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농한기에는 할 일이 없어 여기 저기 일감이 없는지 찾아다닌다. 오늘도 큰 농장의 문을 두드려 봤으나 잠가 있다. 농기계정비소도 찾았으나 할 일이 없어 돌아섰다. 큰일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이 일이 없으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빠는 울고 싶다. 울고 싶어도 울 곳이 없다. 나도 울고 싶었으나 울 곳이 없어 울지 못한 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아직 복직을 못 할 때였다. 수입은 없고 가정살림에 쓸 돈은 많은데 어디에서 나올 데가 없어 참 막막했었다. 몇 달 동안이어서 괜찮았지 오래 그런다면 견디지 못 했을 것이다. 교직에 있으면서 영전을 하고 싶은데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힘 있는 사람 말 한마디면 될 것 같은데 도움 받을 사람이 없었다. 명문가에 태어났으면 수월하게 풀릴 것을…. 속울음만 울었다. 자질이 모자라지만 내 노력과 끈기 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 가정은 방송을 타서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부실한 가구를 모두 교체하고 도배도 새로 하여 새 집으로 꾸며주었다. 새로 꾸며진 집을 보고 식구들은 함박웃음을 웃었다. 봉사대들이 가져온 반찬을 차려 점심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 세상은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살만하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회 각처에서 도움의 손길은 이어진다. 이 시간에도 남을 돕는 손길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물품은 없으면 새로 들여오면 되지만 사람의 빈자리는 채울 수가 없다. 한 쪽이 텅 비어 있으니 그게 문제다. 엄마의 빈자리다. 그것은 돈으로도 채우지 옷하고 오직 사람의 정으로나 채울 수 있다. 나머지 가족들이 서로 돕고 사랑하며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빌며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2018.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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