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다리(Blue bridge)

2016.06.25 12:05

고고리 조회 수:202

푸른다리(Blue bridge)

MBC 라디오 방송국 여성시대에서 2월 15일 오전 10 시 1부 4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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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많다.

사람다리, 징검다리, 섶다리, 널빤지를 걸친 살래다리에서부터, 들어 올리는 부산 영도다리, 돌아오지 않는 자유의 다리, 퐁네프 다리, 콰이강의 다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리고 희망의 다리(Blue bridge)까지 많다.

미국의 Blue bridge 운동은 방학동안 학생들이 개도국에 나가서 자원봉사 하는 농활운동이다.

농활운동은 그 지역 농사도 돕고, 학생들을 공부를 가르쳐주는 운동이다.



금융계에서는 Blue bridge 프로젝트를 통해서 서로 아쉬운 금융사업을 서로 돕는다고 한다.

대구 칠성동에 가면 푸른다리(Blue bridge)가 있다.



이 다리는 일본이 한국에 식민지 정착수단으로 계획하여 경부선 건설의 일환으로

1933년도에 건립되었다.

 

다리의 규모는 길이 127m, 너비 115m, 높이 10.0 m 이다.

다리에 푸른색을 칠한 것은 광복 이후에 대구보선사무소에 희망의 다리(Blue bridge)라는

의미로 칠했다는 후문이 있다.



내 어린 시절 이 푸른 다리에 얽힌 일화가 있다.

우리 가족이 한국전쟁으로 피난을 대구로 갔다.

피난민들은 신천동 방천 둑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집 없는 사람들은 푸른다리 밑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판잣집에 사는 사람들과 푸른 다리 아래 사는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면,

판잣집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힘으로 벌어먹는 사람이다.



반면에 푸른다리 밑에 사는 사람들은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몸이 불편해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나, 전쟁으로 정신이상이 된 사람들,

상이군인들, 부모 잃은 아이들, 문둥병자들이 모여 살았다.



여름에 장마가 지면 둑에 까지 물이 넘실거려서 푸른다리 아래 사람들이나

둑에 판잣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둑 너머로 이사를 가야 했다.



장마 때 푸른다리 아래 사람들은 몰려다니면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챙겨 달라고 생떼를 부렸다.



그리고 푸른다리 밑의 사람들은 초상집이나 잔칫집에 몰려다니면 돈을 뜯어가고,

안주면 줄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면서 극성을 부렀다.



그래서 애경사가 있는 집은 이 푸른다리 거지들의 방문에 대비해서

미리 돈을 마련해서 주었다.

마치 요즈음의 깡패들이 하는 짓과 비슷했다.



그리고 명절이면 집집마다 여러 명의 거지들이 몰려와서 음식을 얻어가기도 했다.



여름에 장마가 져서 모든 것이 다 떠내려가거나, 겨울에 눈이 60cm 까지 내려 쌓여

너무 추우면, 배고픈 거지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아이들 삶아 먹는다는

소리도 돌아서 아이들이 푸른다리 이야기만 하면 무서워했다.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푸른다리 밑의 사람들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무섭다면 옛날 속담에서는 호랑이 이야기가 있다.

어느 깊은 산골에 사는 호랑이가 배가 고파서 외딴집 문 앞에

다가가서 뭘 잡아먹을 것이 없나 하고 문틈으로 망을 보고 있었다.



마침 아기가 울어서 엄마가 울면 호랑이가 물고 간다.’고 했다.

호랑이가 물고 간다고 하면 아기가 울음을 그칠 줄 알았는데 아기가 계속 울었다.

그러자 엄마가 곶감 줄게 울지 마했더니 아기가 울음을 뚝 그쳤다고 했다.



이 말을 문밖에서 듣고 있던 호랑이가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곶감]이라는 놈이구나.’

하고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고 도망갔다는 웃기는 이야기가 있다.

판자촌에서는 말을 잘 안 듣거나, 울며 보채는 아이들에게는

푸른다리 밑에서 주어온 아이라고 하고 다시 돌려보낸다.’다고 하면 울음을 그쳤다.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듣던 호랑이가 물어 간다.’는 말이나 곶감이야기 보다 실제로

내 눈으로 확인한 무서운 푸른다리 아래에서 주워왔다말에 겁을 먹었다.



당시 대구에는 푸른다리 아래에서 주워온 아이들이 집집마다 있었다.



그 중에 나도 하나다.

부모님은 내가 보채면 푸른다리 아래 너의 엄마에게 돌려보낸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어른들의 말을 아이들이 싫어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할 즈음 학교가 없어서 푸른다리 옆에 군용 천막 치고

그 안에서 공부를 했었다.

푸른다리 동창들이 거기서 탄생됐다.



그 즈음에는 푸른다리 밑에 살던 거지들도 적어졌다.

대구시가 개울 건너 효목동에 살 곳을 만들어 준 덕분이다.

푸른다리 동창들이 지금은 사회에서 은퇴하고 손자들 키우면서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도  하고

푸른다리 이야기도 한다.



명절에 형제들이 모이면 어린 손주들에게 재탕, 삼탕으로 들려주는 말이 있다.

너 자꾸 울면 대구 푸른다리 밑에 있는 너의 부모한테 보낸다.’ 한다.



그러면 어린 손자들은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푸른다리 아래서 데리고 왔는데 울지 않아서 돌려보내지 않았단다. ‘

자꾸 울며 보채면 너희들도 대구 푸른다리 밑에 사는 부모에게 돌려보낼 거다.’

하고 아기들을 골린다.

그 추억의 푸른다리를 지금은 전기시설도 잘해서 야경으로 아름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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