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4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 | 시 | 물의 식욕 | 성백군 | 2013.11.03 | 289 |
10 | 시 | 밤송이 산실(産室) | 성백군 | 2013.11.03 | 255 |
» | 시 |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 2013.11.02 | 294 |
8 | 시 |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 윤혜석 | 2013.11.01 | 412 |
7 | 시 | 시월애가(愛歌) | 윤혜석 | 2013.11.01 | 152 |
6 | 시 | 노숙자 | 강민경 | 2013.10.24 | 240 |
5 | 시 | 풍광 | savinakim | 2013.10.24 | 195 |
4 | 시 | - 술나라 | 김우영 | 2013.10.22 | 308 |
3 | 시 |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 2013.10.17 | 317 |
2 | 시 |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 강민경 | 2013.10.17 | 338 |
1 | 시 | 그가 남긴 참말은 | 강민경 | 2013.10.11 | 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