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5 16:51

내다심은 행운목

조회 수 2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다심은 행운목 / 성백군
                                                                                        


자주 가는
산길 초입에 행운목
그동안 물올라 시냇가의 버들가지 같다
골바람 쥐고 흔드는 모습이
산마루에 꽂아 놓은 승리의 깃발이다

비틀고 추스르고 뛰어오르고
잎들이 날아보겠다고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할 때마다 튕겨 나가는 숨소리
푸드덕, 낮잠 자던 장끼 대신 날다

포기하고 죽은 듯 살았더라면
베란다 한구석 옹기단지 속에 갇혀서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생인데
그렇게는 못 살겠다고
세상과 맞서 바람과 싸우다 일찍
누렇게 시들어가는 모습이, 삶에 지친 나 같아
장례 치르는 심정으로 내다 심었더니

더디어 해냈다고
단지에서 나왔다고
운명이 깨졌다고
솟구쳐 상처 난 뿌리 대신에 발이 생기더라며
내가 한일인데, 제가  걸어나온 것처럼 반기는 행운목

그래, 네가 나에게도 행운이면 좋겠다.


      555 - 1003201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2 나무 뿌리를 밟는데 강민경 2018.04.24 103
871 오, 노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08 103
870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103
869 별이 빛나는 밤에 file 작은나무 2019.03.17 103
868 바닷가 금잔디와 나/강민경 강민경 2020.06.16 103
867 윤장로, 건투를 비오 1 file 유진왕 2021.08.06 103
866 국수쟁이들 1 file 유진왕 2021.08.11 103
865 4월에 지는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02 104
864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104
863 벌과의 동거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12 104
862 가을, 수작 떨지 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27 104
861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1 유진왕 2021.07.28 104
860 전령 1 file 유진왕 2021.08.06 104
859 아스팔트 포장도로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29 104
858 고난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1.16 104
857 상실의 시대 강민경 2017.03.25 105
856 9월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9.10 105
855 살만한 세상 강민경 2018.03.22 105
854 당신의 당신이기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2 105
853 코로나 현상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22 1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