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9 16:09

가을비 소리

조회 수 2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비 소리/강민경

 

 

          산책길 비 피하려고

 뉘 집 처마 밑에 들어

 발밑을 살피는데

 열매 몇 알 떨어져 있다

 

 단내를 따라 줄을 잇는 개미떼

 민감한 후각 앞세운 주인 행세라니

 먹음직스런 열매를 열어

 달콤한 맛에 푹 빠진 잔치

 지척에 있는 나에겐 관심도 없다

 

 열매에 살 올려놓고 떠나는

 가을비의 배려였을까

 저 때문에 굶주릴지도 모를

 새와 개미를 걱정한 걸까

 하나같이 빨갛고 노랗게 잘 익은 것들이다

 꽃술을 털어내며 커지는 오진 열매를 보면서

 오지고 기뻤던 기억의 한편은

 실패한 인생 같아 스산하다

 

 자연의 섭리라지만

 내 가슴 속에 이는 생성(生成)의 외침

 결실을 보고 떠나보내는

 시간의 질곡(桎梏)을 벗아 나지 못한

 가을비 소리

 듣는 이의 가슴에 젖어든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2 바람의 말씀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8.04.02 241
801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40
800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40
799 7월의 유행가 강민경 2015.07.28 240
798 옛 생각 나서 찾는 바다 / 김원각 泌縡 2020.07.29 240
797 나 같다는 생각에 강민경 2015.07.13 239
» 가을비 소리 강민경 2015.10.29 239
795 바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25 239
794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강민경 2019.02.16 239
793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강민경 2019.03.20 238
792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2 238
791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238
790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37
789 물웅덩이에 동전이 강민경 2018.04.19 237
788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강민경 2015.10.17 237
787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36
786 물속, 불기둥 하늘호수 2016.07.05 235
785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34
784 나목(裸木) - 2 하늘호수 2017.11.03 234
783 바닷가 금잔디 강민경 2015.11.28 233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