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85 | 시 | Prayer ( 기 도 )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27 | 101 |
784 | 시 |
구구단
1 ![]() |
유진왕 | 2021.07.27 | 99 |
783 | 시 | 역사에 맡기면 어떨지 1 | 유진왕 | 2021.07.27 | 261 |
782 | 시 |
바다가 보고 파서
1 ![]() |
유진왕 | 2021.07.26 | 438 |
781 | 시 | 처음 가는 길 1 | 유진왕 | 2021.07.26 | 175 |
780 | 시 |
손 들었음
1 ![]() |
유진왕 | 2021.07.25 | 90 |
779 | 시 | 금단의 열매 1 | 유진왕 | 2021.07.25 | 220 |
778 | 시 | 피마자 1 | 유진왕 | 2021.07.24 | 162 |
777 | 시 | 소소한 일상이 그립고 1 | 유진왕 | 2021.07.24 | 134 |
776 | 시 | 소음 공해 1 | 유진왕 | 2021.07.22 | 143 |
775 | 시 | 참회 1 | 유진왕 | 2021.07.22 | 68 |
774 | 시 | 신선이 따로 있나 1 | 유진왕 | 2021.07.21 | 207 |
773 | 시 | 먼저 와 있네 1 | 유진왕 | 2021.07.21 | 73 |
772 | 시 | 엘리베이터(ELEVATOR) 번지수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07.20 | 149 |
771 | 시 | 매실차 1 | 유진왕 | 2021.07.20 | 149 |
770 | 시 | 그거면 되는데 1 | 유진왕 | 2021.07.20 | 217 |
769 | 시 |
출출하거든 건너들 오시게
1 ![]() |
유진왕 | 2021.07.19 | 185 |
768 | 시 |
거 참 좋다
1 ![]() |
유진왕 | 2021.07.19 | 108 |
767 | 시 |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1 ![]() |
유진왕 | 2021.07.18 | 289 |
766 | 시 | 토순이 1 | 유진왕 | 2021.07.18 |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