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의 문이다/강민경
내생에 남은 사 분의 일은
오후 여섯 시,
이십사시의 한 귀퉁이에 불과 하지만
소중한 것은 언제나
귀퉁이로 남은 마지막 부분이다
저무는 해를 따라 벌겋게 상기한
오후 여섯 시,
내가 연 문들의 사 분의 일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오후 여섯 시에 골똘하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어머니의 자궁 문을 연 첫날부터
무슨 사연이든, 어떤 삶이든
“내가 세상의 문이다.” 라는 정의는
빽빽한 솜털의 촉수같이
필수 불가결의 내 삶의 전체이다
당신 개개인은
더 변명할 수 없이
세상의 문임이 틀림없는데
뭐 그리 애 끓이느냐고 다독여
허허, 웃어넘기는 명답,
피하지 않으려는
내 중심에 문고리를 흔드는 소리 들린다.
시
2014.10.12 21:44
내가 세상의 문이다
조회 수 191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16 | 시 | 시간은 내 연인 | 강민경 | 2014.09.14 | 206 |
915 | 시 | 종신(終身) | 성백군 | 2014.09.22 | 261 |
914 | 시 | 바람의 독도법 | 강민경 | 2014.09.27 | 157 |
913 | 시 |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 성백군 | 2014.10.01 | 187 |
912 | 시 | 그늘의 탈출 | 강민경 | 2014.10.04 | 225 |
911 | 시 | 가을 밤송이 | 성백군 | 2014.10.10 | 338 |
» | 시 | 내가 세상의 문이다 | 강민경 | 2014.10.12 | 191 |
909 | 시 |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 강민경 | 2014.10.17 | 327 |
908 | 시 | 가을비 | 성백군 | 2014.10.24 | 186 |
907 | 시 | 숙면(熟眠) | 강민경 | 2014.11.04 | 184 |
906 | 시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209 |
905 | 시 | 얼룩의 소리 | 강민경 | 2014.11.10 | 315 |
904 | 시 |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 2014.11.14 | 200 |
903 | 시 | 엉뚱한 가족 | 강민경 | 2014.11.16 | 236 |
902 | 시 | 촛불 | 강민경 | 2014.12.01 | 206 |
901 | 시 | 일상은 아름다워 | 성백군 | 2014.12.01 | 149 |
900 | 시 | 별 하나 받았다고 | 강민경 | 2014.12.07 | 344 |
899 | 시 | 12월의 결단 | 강민경 | 2014.12.16 | 301 |
898 | 시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 2014.12.30 | 291 |
897 | 시 | 슬픈 인심 | 성백군 | 2015.01.22 | 1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