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맨 아래에서 - 김영교

    

쉴 때도 마주보고

평생 앞서고 뒤서면서 바깥세상 거들떠보지 않는 너

늘 짝이 있어 자족하는 성품인지라

신분상승의 유혹에도 제 갈길 만 간다

 

기특한 것은

짓누르는 무게에도

냄새나는 몸의 최 하단 컴컴한 데 있어도

불평 하나 없다

 

맨살이 밀착해서 애무하면

좋아서

세상 지고의 편안함을 도리어 베푸는 너

 

때론 땀에 밴 섬유질 깊숙이

바닥이 수줍게 너를 부비면

황송한 듯 아주 편케 감싸는 맨살 여정

 

세상 답답하고 힘들어도 발길질도 않고

다시 함께 떠나는

부부는 아닌데 부부 같은

온몸의 무게를 밑바닥에서 혼자 감당하는

더 없이 좋은 이웃, 아래동네 지킴이여

 

오른쪽 왼쪽 한 켤레는 절대 맨발의 결례 허락지 않아

앞서고 뒤서고 위 아래

발바닥에 내리는 평등한 기회의 삶

 

침묵으로 감내하는 온 몸의 버팀목

그 균등한 의식의 힘

매일 아침 솟는 해가 고맙지

표현이 늦을 뿐

 

1/27/201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0 쪽지글 - 비범한 괴짜, 김점선의 그림과 친구들 / 김영교 [6] kimyoungkyo 2017.02.26 235
529 신작시 -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 김영교 [10] kimyoungkyo 2017.02.24 174
528 퇴고 수필 - 꽃구경 / 김영교 2-20-2017 [6] kimyoungkyo 2017.02.20 293
527 퇴고시 - 꿈꾸는 빈 통 / 김영교 2-2-2017 [4] kimyoungkyo 2017.02.20 416
526 퇴고 시 - 오늘도 나는 기차를 그린다 / 김영교 [4] kimyoungkyo 2017.02.20 126
525 퇴고수필 - 줄 두 개 뿐인데 / 김영교 [6] kimyoungkyo 2017.02.16 230
524 퇴고수필 - 웃음이 이긴다 / 김영교 [11] kimyoungkyo 2017.02.13 227
523 퇴고수필 - 짦음의 미학 / 김영교 [12] kimyoungkyo 2017.02.11 641
522 시 - 틈 외 신작수필 - 화요일은 그녀와 함께 - 김영교 [13] 김영교 2017.02.05 392
521 퇴고수필 - 과외공부 / 김영교 [2] 김영교 2017.02.05 143
520 신작수필 - 학처럼 날아서 / 김영교 [2] kimyoungkyo 2017.02.04 302
519 신작시 - 작은 가슴이고 싶다 / 김영교 [3] kimyoungkyo 2017.02.04 228
518 신작수필 - 가족 / 김영교 [9] 김영교 2017.02.02 255
517 퇴고수필 - 또 하나의 작은 소요(小搖) [4] 김영교 2017.01.30 157
» 신작시 - 양말, 맨 아래에서 / 김영교 [5] 김영교 2017.01.29 162
515 신작시 - 리돈도 비치에서 - 김영교 [4] 김영교 2017.01.29 237
514 신작시 - 바탕화면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27 94
513 퇴고수필 - 보이지 않는 손 - 김영교 김영교 2017.01.25 71
512 퇴고 시 - 부부 밥솥 / 김영교 [3] 김영교 2017.01.25 70
511 퇴고수필 - 파격의 멋 / 김영교 [4] 김영교 2017.01.21 388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27
어제:
3,732
전체:
673,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