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수필 - 줄 두 개 뿐인데 / 김영교
2017.02.16 09:08
줄 두 개 뿐인데 / 김영교
기후관곈가, 요즈음 들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청소년 음악회 초대권을 받고 사람 많은 곳에 가 말어 망설이다가 바이올린과 플룻을 하는 조카 벌 수지와 민지를 위해서 우리 두 내외는 앞장을 서기로 했다. 일찍 출발하고 보니 LA 다운타운 디즈니 홀(Disney Hall) 지하 4층에 여유 있게 주차할 수도 있었다. 좌석에 안내되어 느슨하게 자리 잡고 마음잡은 우리는 연주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시작으로,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이 먼 거리 운전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늘 그렇듯이 서곡은 아름다운 화음으로 힘차게 아주 기분 좋게 다가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지휘자의 박력 있는 지휘 또한 처음 1부부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원한 여름밤을 한 아름 안겨주었다.
이조여인도 아닌 내가 푹 빠진 순서 하나는 이름도 낯 설은 처음 만나는 해금 연주였다. 무겁고 답답한 가슴이 트이며 시원한 바람의 왕래를 경험하였다, 기교를 부리거나 음악적 수작을 걸지 않았는데도 쉽게 빠져 들게 해 기분을 상승시켜주었다. 바로 음악에 있는 치유의 힘이 아니었나 싶었다. 품에 안긴 수줍은 해금은 참으로 귀엽고 앙증스러워 보잘 것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지없이 작은 몸집이 무슨 대곡을 킬까 줄 여럿의 큰 악기에 익숙한 나의 시선에는 그랬다.
원래 해금은 두개의 줄을 문질러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 한국 전통악기 중 사부(絲部)에 속하는 찰현(擦絃)악기라고 한다. 해금은 대부분 내림조가 편안하고 수월하여 서양악기 바이올린 소리와 비슷한 묘한 소리를 내는 관현악과의 악기라는 해설이 설명을 한다. 해금은 어울림을 통해 상대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아름답게 이어가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두 줄 밖에 없어 지극히 외소 해 보이는 현악기, 앉아서 무릎위에 올려놓고 마찰에 온 몸을 내 맡기는 해금, 저토록 조그만 울림통에서 어떻게 저토록 음역이 넓고 오르내림이 쉬운 융통성을 장점으로 지닐 수 있을까 신기하기까지 했다. 예로부터 궁중음악으로 널리 쓰였다는 자료만 봐도 왜 왕실의 총애를 받아왔는지 납득이 갔다.
그야말로 두 줄 밖에 없어 빈약 해 보이는 현악기, 앉아서, 무릎위에서 피가 터지도록 마찰해 내는 해금소리, 연주자는 대가다운 솜씨로 관현악과 어우르며 협주곡*을 서정적으로 잘 뽑아 청중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주었다. 낯설음으로 조심스레 다가와 산들 바람으로 들판을 휘돌다가 산으로 올라가 나무들을 흔들기도 한다. 시원하고 경쾌하게 산비탈을 내리닫는 솜씨로 냇물이 되어 감미롭게 흐르다가 넓게 빠르게 흘러 가슴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말끔히 내몰아 주었다.
작은 악기,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동양악기 하나가 큰일을 해내는 기적을 보며 가슴이 찡한 감동으로 번져들었다. 처음 협연을 할 때 이곳 청소년들은 볼품없는 동양 악기를 얼마나 신기해하고 또 해금이 내는 커다란 울림에 얼마나 놀라워했을까 싶다.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낯선 동양악기 해금이 해낸 장한 일은 이곳 이민자처럼 세계에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일이 아닐까 여겨졌다. 기회가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생명 퍼덕이는 이민 바다에서 외롭고 힘든 음악 항해를 선택한 1세, 1.5세 2세에게 열린 기회, 아름다운 꿈과 끈질긴 힘을 펼쳐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두 줄 뿐이라는 해금의 핸디캡은 바로 우리 이민자들의 언어의 핸디캡, 문화의 핸디캡을 대변해주었다. 그 핸디캡을 딛고 주류사회라는 트롬본을 위시해 현악기군으로 편성된 서양악기 바다는 노련하게 숙련된 기교나 전문적 출항을 선두로 기다려 온 커다란 무대였다. 큰 악기 물살과의 절묘한 조화, 자연스레 어울리는 것은 기적 같았고 청소년들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모두 혼신을 다해 쏟는 매혹적인 협연은 참여의식과 동질감을 느끼게 해 한국적 정서에 눈뜸은 소중한 체험이었을 게다. 음악적 성장을 확고하게 세운 줄 두 개의 커다란 기여를 부인할 수가 없었다. 긍지마저 느끼게 한 분위기였다. 수지 민지도 경청하며 점차 빠져 들어가는 듯싶었다. 해금과의 만남은 큰 수확이었다.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음악적 환경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차세대를 위한 음악가 후원 양성 재단이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만도 놀랍고 긍지를 느끼게 했다. 연주도 그렇지만 후원단체도 박수 받아 마땅했다. 꿈나무 솔리스트를 키워 음악인의 꿈을 세계무대에서 펴 보이도록 창단된 설립취지 또한 미래 지향적이어서 격려 박수를 아낄 수 가 없었다. 그뿐인가. 3명 장학생 선발도 아름다운 이벤트였다. 또 트리플 콘체르트에서는 아버지(바이올린)와 아들(첼로)의, 아름다운 음악가족 출연그림도 분명 화합의 장(場)이 무르익는 음악행사였다.
지휘학전공의 젊은 지휘자는 박진감 있는 솜씨로 지휘에 임했다. 귀에 익은 곡들을 빠른 속도, 경쾌하고 유쾌한 박자를 띄워 흥겹고 신나게 청중들을 안내했다. 지루하지 않은 레퍼토리 선곡은 그가 젊은 세대의 영향력 있는 주자임을 증명하였다. 서양 악기에만 익숙한 어린 단원들이 해금을 대할 때 생소함을 뛰어넘어 함께 모여 연습하고, 연주훈련을 통해 해금 같은 왜소한 동양악기가 해내는 특성과 친숙해지는 기회 역시 음악인의 폭을 넓히는 유익한 경험이라 믿어지기에 해금소개와 해금연주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민지 수지에게도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가슴을 훤히 뚫으며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음악치료의 효과를 낸 해금, 줄 두 개 뿐인 그를 만난 기쁨,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추상’ (이경섭 작곡 이용희 편곡)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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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2.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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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2.16 11:52
90세 할머니의 글 뒤늦은 방문객이 네이버에서 이미 보셨을지 모르는 90세 할머니의 글을이곳에 옮겨 봅니다. 눈도 어두워지고 체력도 퇴세하지만 자꾸 기억력이 쇠퇴해 가니 실망이 큽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주 늦지는 않았을랑가?홍영녀 할머니를 본받아야 할가 봅니다.
There is some parallel between us; her learning to read and write at the later stage of her life and my practice how to read and write in English... I can identify the thrill of her first phone call to her daughter as my first e-mail writing to my children... the joy of communicating with my grandchildren in English is also parallel to her joy of communicating with her daughters in writing...etc, etc...다음은 퍼온 글입니다.
올해 아흔인 홍영녀 할머니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학교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일흔 이 돼서야 손주에게 한글을 배웠다. ‘까막눈’에서 벗어난 이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홍 할머니. 삐뚤빼뚤 서툰 글씨에 맞춤법조차 엉망이지만 20여 년 동안 써 온 그의 일기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세상과 이별할 날이 머지않은 그의 일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의 삶과, 인생이란 무엇인지 조용히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햇살이 고개를 들면 그는 창가로 다가가 햇님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한 시골마을에서 300여 평 남짓한 텃밭에 무, 배추, 호박, 가지, 고추 등 갖가지 농사를 지으며 사는 홍 할머니. 밭일을 하는 동안 그는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매만지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는 밤 시간이 가장 길고 무료하다. 잘 들리지 않아도 TV를 켜 놓으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슬하에 6남매를 둔 홍 할머니는 혼자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자식들이 서로 모시겠다고 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가 ‘혼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자식들이 걱정하면 그는 “그렇게 죽는 게 복”이라고 대답하며 혼자이기를 고집한다.
- 원 기자의 Introduction. 아래부터 할머니의 글 입니다. -
내 글은 남들이 읽으려면 말을 만들어 가며 읽어야 한다. 공부를 못해서 아무 방식도 모르고 허방지방 순서도 없이 글귀가 엉망이다. 내 가슴 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꽉 찼다. 그래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필을 들면 가슴이 답답하다. 말은 철철 넘치는데 연필 끝은 나가지지 않는다. 글씨 한 자 한 자를 꿰맞춰 쓰려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지 모른다.그때마다 자식을 눈뜬 장님으로 만들어 놓은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글 모르는 게 한 평생 끌고 온 내 한이었다. 내가 국민학교 문턱에라도 가 봤으면 글 쓰는 방식이라도 알았으련만 아주 일자무식이니 말이다.
이렇게 엉터리로라도 쓰는 것은 아이(손주)들 학교 다닐 때, 어깨 너머로 몇 자 익힌 덕분이다. 자식들이나 동생들한테 전화를 걸고 싶어도 못했다. 숫자는 더 깜깜이었으니까.그래서 70이 가까워서야 손자 놈 인성이 한테 숫자 쓰는 걸 배웠다. 밤늦도록 공책에 1,2,3,4를 100까지 썼다. 내 힘으로 딸네 집 전화를 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숫자를 누르고 신호가 가는 동안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건 전화로 통화를 하고 나니 장원급제 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너무 신기해서 동생네도 걸고 자식들한테도 자주 전화를 했다.나는 텔레비젼을 보며 메모도 가끔 한다. 딸들이 가끔 메모한 것을 보며 저희들끼리 죽어라 웃어댄다. 멸치는 ‘메룻찌’로, 고등어는 ‘고동아’로, 오만원은 ‘오마넌’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번은 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를 불러 주는 걸 적었는데 동대문에 있는 이스턴 호텔을 ‘이슬똘 오떼로’라고 적어서 딸이 한 동안 연구를 해야 했다. 딸들은 지금도 그 얘기를 하며 웃는다. 그러나 딸들이 웃는 것은 이 에미를 흉보는 게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써 놓은 글들이 부끄럽다. 그래서 이 구석 저 구석 써놓은 글들을 숨겨 놓는다. 이만큼이라도 쓰게 된 게 다행이다. 이젠 손주들이 보는 글씨 큰 동화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인어 공주’도 읽었고, ‘자크의 콩나무’도 읽었다. 세상에 태어나 글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나마 쓰게 되니까 잠 안 오는 밤에 끄적끄적 몇 마디나마 남길 수 있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말벗이 없어도 공책에다 내 생각을 옮기니 너무 좋다.
자식을 낳으면 굶더라도 공부만은 꼭 시킬 일이다.
(참고: 맞춤법이 틀린 일기를 고쳐서 옮겨 적은 것입니다.)
출처: Naver.com에서"https://www.youtube.com/embed/-J90ahSzh8A?ec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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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2.16 23:16
주말 아침 이곳 남가주에는 7년만에 가장 강력한
겨울폭풍예고 옛 추억을 생각하며 동영상 보기로..
재미있게 보시면서 5편의영상을 보냄니다
대한 뉴스 기록 Documentary .
1966 년 11 월 김장
https://www.youtube.com/watch?v=ebtpjwab7bs&feature=youtu.be
청계천 복개공사 58 년 8 월
https://www.youtube.com/watch?v=fY0Fqa7GxbE
청계천 판자촌
https://www.youtube.com/watch?v=uzuy0faDzn4
1970 년 어느 근로자의 하루
https://www.youtube.com/watch?v=4xLQUh19ryo
1962 년 즐거운 소
https://www.youtube.com/watch?v=r2KC0z4h6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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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2.17 01:31
Ode to joy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 전 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한 방울의 그리움 - 이해인
"https://www.youtube.com/embed/izGwDsrQ1eQ?ec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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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oungkyo
2017.02.17 18:11
척척박사님: 비 피해는 없습니까?
아주 먼곳에서 온 동창내외를 만나러 빗길을 운전
얼마나 마음 조이며 그래도 살아있음을 확인한 외출
운전, 힘에 겨워 집에 돌아와 파김치
긴장이 잠속으로 밀어넣고 끙끙
태평가 위로.
이해인 위로, 글 깨우친 어느 90노모의 자유
겨우 숙제처럼 '어느 근로자의 하루' 문화동영상 관람
긴 하루.
섬을 살린 부부교사 이야기, 감명,
KBS국악관현악단 양은경님의 해금에 잠겼지요. 푹, 아늑하게
잘 쉰 시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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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2.17 23:07
덕분에 피해는 없었읍니다
뒤뜰에 동거하던 토끼 다람쥐들이
피난간듯 궁금하네요?
Stay a being keep dry..
"https://www.youtube.com/embed/YMFcOu51sXs?ecver=1"
꿈속을 해메이게하면서..
꿈을 잡고십은 곡..
"https://www.youtube.com/embed/zmlTmm37iPk?ecv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