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출 중입니다/강민경
느닷없는
구급차 경적에
서두르는 차들의 사잇길로 파고들며
덜커덩 내려앉는 내 가슴
잠시 나를 잊고 외출 중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비켜주는 틈새로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가는
비명
그제야 외출에서 돌아온 나
나른한 해방감이 오히려 행복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밥하고 빨래하고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한 번쯤은 벗어나고 싶은 바람기
구급차 경적이었다면
나 오늘 외출한 것 맞지요
나 같은
당신밖에 모르는 착한 주부에게는
가끔은 외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신은 아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