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나뭇잎 떨어져
뒹구는
신작로를 걷습니다
길가 갈대가
바람결에 하얀 머리를 숙이며
아는 채하고
추수가 끝나가는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가을이 길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가자면, 가야지요
세월을 이겨낼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욕심부리지 맙시다
노욕은 과욕입니다
길 나서는 나그네 봇짐이 무거우면
저승 가는 발걸음이 비틀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