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에서 / 성백군
늦가을 비가
다녀간 거리를 걷습니다
땅 위에 떨어져 흩어지며 뒹구는 낙엽들
밟아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아플 텐데
매정한 세월입니다
봄, 여름, 가을을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좀 쉬면서 대우를 받을 만한데……,
잔가지에 맺힌 나목의 눈물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나도 나이 많아
아들네 딸네 집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받습니다만
그게 마냥 일 수는 없지 아니합니까?
언젠가는 나잇값을 해야겠지요
바람이 붑니다
거리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낙엽과 나목의 이별을 바라보는
내 마음, 겨울 문턱에서
들썩거리며 글썽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