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뜨거운 순간/강민경
병원 입원실
여러 화분 중 하나
병문안 온 지 오래되어 그런지 꽃들이
시들하다,
처음 올 때는
발랄하고 싱싱했을 텐데
그동안 환자와 오래 지내다 보니
마음이 통한 건가
제 생기를 나누어 주어서 그리된 건가
주삿바늘 주렁주렁 달고 숨 고르는 환자 같아
애처롭다만
만일에, 오래된 꽃이
방금 핀 꽃과 똑같았다면
종일 침대에 누워지내는 환자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저 꽃이 무얼 알겠냐만, 오랜만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생각나 가슴 뜨겁다
사는 동안은 아프고 시들고
그런 일 없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건 주제넘은 일
당할 때 당하더라도 찾아와 위로해 주며
잠시라도 함께해줄 수 있는
저런 꽃 같은 사람 많았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