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강민경
빈손인 것 같지만
생명을 틔우고 거두는
무한 능력의 흙 당신 품에 안기면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넉넉해서
닮고 싶은 마음 생수처럼 솟칩니다
채워지면 채워지는 대로 비워내고
비웠는가 하면 언제부터인지
채워 놓는 어머니 같은 당신 보며
특별히 고맙다거나 칭찬하지 않아도
몇천 년씩이라도 그 모습 그대로인
당신은, 또 나를 이 세상에 낳아
빈칸 하나를 채웠습니다
태양을 안고 달을 품어 주시듯
세상과 나를 품고, 다듬으며
햇볕 밝은 낮이나, 어두운 밤이나
그저 기꺼워 어쩔 줄 모르는 당신을
감싸고 돌며 어루만지고 밟아 대면서
특별히
고맙다는 인사 한번 챙긴 일 없지만
당신은 너무나 따뜻하고 깊어서
당신 딸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도
나는 감히 당신의 방대한 열정을
가진 듯 기쁩니다, 살든지 죽든지
언제, 어디서 든
흙 당신은 내가 편하게 안길 수 있는
내 어머니 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