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이미지/강민경
시원해졌다 하는 말 엊그제였는데
벌써 눈이 왔다 쌀쌀하다
옷 단단히 챙겨 입으라는 등
11월은 제 기분, 제 뜻에 맞추라며
나와, 세상을, 쥐락펴락 겅중댑니다
익은 들을 거두어들이랴
김장 준비 서두르랴
수능 치르는 아이 걱정하랴
짧은 해와의 시간의 틈을
비비적거리는 도시와 농촌의
하루하루를 쥐어짭니다
각자의 일에 쫓기지만
하나 같이 같은 길을 건너는
가을에서의 초겨울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허전함에서 채우려는
북적거림의 장이 서곤 합니다
누가 누가, 누구에게 하는
부탁이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시원하게 거둬야 하고
옷을 단단히 챙겨 입었을 때
완성으로의 뿌듯한 감격은
짧은 햇빛으로도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