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 성백군
산길을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산정을 향해 또박또박
낯선 풍경에 눈이 열리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에 귀가 트이고
꽃향기, 신록 냄새에 코가 즐겁기도 하다만
가다가 지치면 쉬어야 하고
늘어진 가지 앞에서나 쓰러진 나뭇등걸을 만나면
고개를 숙이든지 무릎을 꿇든지
이끼 낀 너럭바위를 지나갈 때는 엉금엉금 기었지
한나절 산길도 구불거리는데
하물며 한평생 사람 사는 길이야
굽이굽이마다 고비가 있어
웃다가 울다가
잔칫집이 되었다가 초상집이 되었다가
벌써, 나도
갓길 늙은 풀
그러다 보니 그렇기도 하더라
굳이 산정이 아니면 어떤가
아무
데서나 자리 깔고 누우면 그곳이 정상인 것을
마음 비우니 몸 가벼워지고
거칠 것 없는 산길
어디서나 상쾌한 바람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