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자존심 / 성백군
담장 밖
길 쪽으로 나온 가지에
노란 오렌지가 주렁주렁
입맛 돋운다
따면 되는데
높아서 못 따는 것도 아닌데
까치발에 팔만 뻗으면 닿는데
남의 것이라 안 딴다
서너 걸음 앞
갓길 풀숲에 낙과 오렌지
반갑게 주워 들여다보는데
벌써 임자가 따로 있다
꼼지락거리는 개미들, 이름 모르는 벌레들
모처럼 용기를 냈는데
자존심 상한다. 뿔난 자존심
이양, 버릴 것이면 비닐봉지에라도 몇 담아
길가에 내놓으면
인심 좋다는 이웃 소리는 들을 텐데
옛, 제삿날이나 잔칫날이면
담 넘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던
유년 시절이 그립다
잘 산다고 뿔이 나고 못 산다고 뿔이 난 자존심
뽑으면 좋으련만
서로 들이받다가 이웃 간에 원수 될까 두렵다.
1414 - 0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