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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007에게 배워라
김우영의 에세이
2010년 05월 21일 (금)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김우영 <소설가>
"여자와 술에 대해서는 007에게 배워라"라는 말이 있다. 1962년 '007 닥터 노'로 시작한 007 시리즈는 지금껏 10억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시키면서 매 편 1억8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리는 쾌거를 올렸다.
007 영화의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 본드(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 등)인데 여자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기로 소문나 있지만 술을 다루는데도 가히 프로급이다.
마티니는 칵테일의 대표 격인데 그 베이스로는 꼭 드라이진이 들어간다. 드라이진은 영국이 자랑하는 명주가 아니던가. 고향 근처의 술이라서 제임스 본드는 마티니를 퍽 즐겼는지 모른다.
007은 또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중에서 술에 대한 뛰어난 솜씨가 한층 더 돋보인다. 바텐더로 변장한 살인청부업자 앞에 본드가 나타나 식사를 하며 술을 청하자 이를 알 리 없는 살인청부업자는 술잔을 내놓는다. "1955년의 오래된 무튼 로드실드입니다."
그러자 본드는 대답했다. "이 요리에는 무튼 로드실드가 아니라 클라넷이 좋은데???!"라고 재주문을 했다. 술 이름을 모르고 바텐더로 변장한 살인청부업자는 말했다.
"미안합니다. 클라넷은 마침 품절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당장 살인청부업자는 정체가 드러나 체포되고 만다. 먼저 내놓은 술은 무튼 로드실드와 클라넷은 프랑스 보르드 지방에서 생산되는 붉은색의 포도주로 같은 이름의 술이었던 것이다. 이를 알 리 없는 범인은 해박한 007의 술 상식 앞에 두 손을 든 것이다. 범인이 이 정도의 술 상식이라도 알았던들 007에게 수갑을 채워지지 않았을 터인데???.
또 붉은색의 무튼 로드실드 포도주는 프랑스 왕궁의 미인들이 즐겨 애음(愛飮)해서 유명하다.
프랑스 역사상 유례없는 미모와 재기로 프랑스 1세와 앙리 2세에 걸쳐 국왕 부자의 총애를 받았던, 디앙느 포와티도 포도주를 애음했기 때문에 출중한 미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트와네트도 조개모양의 욕조 속에 가득채운 포도주로 미모의 살결과 머리칼을 눈부시게 했다. 이것이 보르도 지방의 명주 무튼 로드실드이다.
007은 또 스팅거란 칵테일을 즐겨 마셨다. 스팅거란 꾹꾹 찌르는 바늘이란 뜻과 냉소적이란 뜻이다. 브랜디의 베이스에 화이트 페퍼민트를 혼합해 마시는 오렌지색 칵테일이다.
스팅거의 뜻과 007과의 이미지가 부합된 데서 더욱 즐겼다. 그리고 무색투명의 진 스팅거도 있다.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영화 속에서 뿐만 아니고 실제로 술에 관한한 해박했다. 분위기를 찾아 술을 무척 즐겼던 신사였다. 007 제임스 본드는 스타로 성공하려면 술과 여자를 부드럽게 잘 다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