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말/강민경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스스로 깨우친 듯 강은
안개낀 기억의 행열을 지켰다
이정표도 없는 길
소살소살 속삭이고, 쿵쿵 굽이쳐서
몸 푸는 대면대면
깊이 고르던 날마다
내 살이 부서지고 깨어져도
맑은 하늘 보듬고 흙탕물 끌어안아
푸른 혈기 거품 거둔 날들을
바닷물에 씻을 때 까지 지켜낸
위로부터 아래를 사모한 기꺼움
봄날 새순의 연둣빛 새로운 향연으로
모래톱에서 자라는 식물의 풍광으로
그려 쓴
강 위에서 강을 찾아 헤매는 하늘이듯
네 안에 나를 담그면
스스로 깨우친 네 맘을 듣는다
몸으로 하는 너의 말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