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 밤 그림자/강민경
나 살기도 어려운 모래 밭에서
쉼터 되어 주느라 힘들었다고
야자나무 고개를 들어 흐르는 땀을
해풍에 털어내며 바다를 바라보는데
낮 동안 성난 듯 달려오던 파도가
어둠에 들면서 스르르 거품을 삭이고
야자나무 그림자는 살랑살랑
물결과 어우러져 새로운 모습으로
말을 걸어 옵니다.
종일 뙤약볕 모래밭에서
너무 뜨거웠지요
나도 내 발자국글씨를 씁니다
그렇게 물어보는 네가 참 좋아, 너 보러 나왔다고
야자 나무와 내가 오래오래
기다려 얻은 휴식 숨 고르는 밤
달빛 사이사이로 그림자 끌어안고
바다로 돌아가는 파도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