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3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0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강민경 2015.03.26 356
949 복숭아꽃/정용진 정용진 2015.03.24 241
948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70
947 당신의 소신대로 강민경 2015.03.15 261
946 날 붙들어? 어쩌라고? 강민경 2015.03.15 284
945 나비의 변명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3.15 264
944 초록만발/유봉희 1 오연희 2015.03.15 220
943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정용진 2015.03.07 189
942 봄비.2 1 정용진 2015.03.07 161
941 낙화.2 정용진 2015.03.05 229
940 분수대에서 성백군 2015.02.25 226
939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263
938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99
937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209
936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61
»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306
934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316
933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350
932 일상은 아름다워 성백군 2014.12.01 159
931 촛불 강민경 2014.12.01 210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