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31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먼동이 터 오는 시각쯤에 세수를 하며
  그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또 몇 구의 시체가 들어올까
  겨울로 막 접어들거나 날이 풀릴 때
  더욱 바빠진다는 그대 아무 표정 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관을 넣는다
  줄지어 선 영구차, 선착순으로 받는 시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용서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태운다 거무스레한 연기가
  차츰차츰 흰 연기로 변한다
  구름을 데리고 와 낮게 드리운 하늘
  아 이게 무슨 냄새지
  화장장 가득 퍼지는 오징어 굽는 냄새 같은
  짐승의 똥 삭히는 거름 냄새 같은*
    
  잘게 빻아주세요
  뿌릴 거요 묻을 거요
  땅에 묻을 겁니다
  묻을 거라면 내 하는 대로 놔두쇼  
  잘게 빻으면 응고가 됩니다
  한 시간을 타고 빗자루로 쓸어 담겨
  분쇄기에서 1분 만에 가루가 되는 어머니
    
  검게 썩을 살은 연기와 수증기로 흩어지고
  하얀 뼈는 이렇게 세상에 남는구나
  체온보다 따뜻한 유골함을 건네는 화부  
  어머니는 오전 시간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화부는 화장장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표정 없는 저 화부는 金泉火葬場이다


  * 김천화장장 바로 아래에 축사가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2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82
611 봄 볕 천일칠 2005.01.31 283
610 너를 보고 있으면 유성룡 2006.05.27 283
609 정신분열 박성춘 2007.10.28 283
608 이슬의 눈 강민경 2013.08.01 283
607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84
606 등산의 풍광 김사비나 2013.04.05 285
605 담쟁이넝쿨 성백군 2013.04.13 285
604 독감정국 하늘호수 2017.01.16 285
603 겨울 바람과 가랑비 강민경 2006.01.13 286
602 일곱 살의 남동생 김사빈 2008.06.05 286
601 헬로윈 (Halloween) 박성춘 2011.11.02 286
600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286
599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6 286
598 밴드부 불량배들 서 량 2005.08.03 287
597 바람난 첫사랑 강민경 2013.07.07 287
596 이국의 추석 달 하늘호수 2017.10.07 287
595 나 팔 꽃 천일칠 2004.12.30 288
594 코리아타운. (1) 황숙진 2007.08.30 288
593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88
Board Pagination Prev 1 ...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