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9 15:37

물 위에 뜬 잠

조회 수 3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 위에 뜬 잠


                                                                      이 월란




생각의 노예가 되어
하루의 마디 마디가 쓰리던 날
절름거리는 소망의 버팀목에 버뮤다 섬의 몽돌 하나 받쳐두고
어스름 비쳐드는 해질녘에
전등 아래 흘러내린 앞머리칼의 밑동이 하얗게 세어 있어
어둠을 포식한 시간들이 손때 반지르르한 세간들 사이마다
익숙한 체위로 몸을 누이면
나도 누워야지, 죽은 듯이 눕는 것이 종국의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썩어질 육신만이 이토록 따스한데
가랑가랑 천식끼 섞인 노구의 지친 호흡에
은퇴한 육신...... 꿈인가요?
침노당한 나의 천국을 위해 흘려도 되는 눈물은 저장되어 있나요?
예약된 미래로의 여행은 오늘 취소하겠어요
연착, 연착이랍니다, 지금 내가 탄 호화로운 배는 최고속도 24knots
sheep 과 ship 의 발음차이를 연습하며 호흡을 삭였지요
음메에에~ 하고 남편이 나를 놀렸거든요
돛에 달려 잠든 입술에 18세 소녀들이 즐겨 바르는 펄 섞인 핑크색
루즈를 바르면, 오늘의 성구 암송 구절
<너희는 인생을 의지 하지 말라>--이사야 2장 22절
나의 신이여, 차라리 나의 손과 발을 바꿔 달아 놓지 않으셨나요
이리도 미친 듯 날뛰는 시퍼런 인생들을
여기저기 재미롭게 저질러 놓으시곤
보아도 알지 못해요, 들어도 깨닫지 못해요
앉아 있던 의자를 빼버리시곤 앉아있던 그 자세로 평생을 기뻐하라
다독이시는 신이시여
발이 저려 옵니다, 무릎이 떨려 옵니다
잠시 주저 앉고 싶은 오늘, 생각에 혹사당하는 노예를 헐값에 사신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72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04 224
1771 걸어다니는 옷장 이월란 2008.05.05 221
1770 부동산 공식 김동원 2008.05.06 311
1769 사이클론(cyclone) 이월란 2008.05.06 159
1768 어버이날 아침의 산문과 시 이승하 2008.05.07 312
1767 어머니의 웃음 성백군 2008.05.09 169
1766 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선생님 이승하 2008.05.14 257
1765 아가 얼굴위에 강민경 2008.05.15 168
1764 성백군 2008.05.18 105
1763 수덕사에서 신 영 2008.05.19 223
1762 나은 2008.05.21 253
1761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신 영 2008.05.21 657
1760 땅에 하늘을 심고 /작가 故 박경리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신 영 2008.05.24 414
1759 혼돈(混沌) 신 영 2008.05.27 225
1758 일곱 살의 남동생 김사빈 2008.06.05 286
1757 세월 Gus 2008.06.08 120
1756 바람에 녹아들어 강민경 2008.06.09 214
1755 유월의 하늘 신 영 2008.06.11 305
1754 여행은 즐겁다 김사빈 2008.06.12 339
1753 한국전통 혼례복과 한국문화 소개(library 전시) 신 영 2008.06.17 518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