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강민경
하나뿐인 눈으로는 사선을 그리는
대각의 세상을 다 보지 못한 한풀이였는가!
뱅글뱅글 지축을 흔드는 태풍
만물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수난이다
이 세상 누군들
살가운 바람으로 살고 싶지 않겠냐 만
세상에서 환영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지글지글 끓는 지열이 목 마르다
바다에 파도는 뭍이 그리워 끝없이 출렁이고,
칭얼대는 말들이 버겁다고
하소연할 곳 없는 급하고 사나운 본성,
숨기지 못하는 외눈박이 태풍이니
뱅글뱅글 천방지축의 살벌함으로 돌고,
할퀴고, 때려 부수는 행패만 앞세우니
평화의 어제는 간 곳을 물어 낯설다
거덜 난 세간 살이 걱정에 잠 못 이룸이
나만 당하는 일이 아닌데
고향 땅을 휩쓴 태풍 “차바”도,
미국 노스케롤라이를 강타한 “매슈”도
원근과 좌, 우, 구분 못하는
외눈박이의 짓거리라고 탓할 수만 없으니
아수라장이 된 세상 근심스런 그 틈으로,
깊어가는 가을 하늘 청명한 햇볕
한 걸음으로 달려와, 노여움으로 씩씩대는
폭풍의 눈,
부드러운 손 들어 쓰다듬는다
근심 걱정은 잊고 잘 여물 가을 알곡 생각만 하자며
세상 다독이는 귀한 햇볕 따시디 따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