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일기/강민경
빛
당신을 만나는 순간부터
밝고 넓고 거룩함에
눈이 부셨습니다
보이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저 열심히만 살면 되는 세상인 줄 알았는데
삶이란 그게 다가 아니라는걸
당신을 만남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빛 속에 어둠이 있고
어둠 속에 빛이 있고
빛 위에 빛이 있고
어둠 아래 어둠이 있는 당신의 세계
엿보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나도 그 세계에서 살고 싶어서
날마다 내 모습 다 내놓고 기다립니다.
풀이면 어떻고
나무면 어떻습니까
잘 살아도 좋고 못살아도 서운해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생물이 당신의 빛으로 말미암아 살아가듯이
내 생애가 당신이 쓰시는
빛의 일기가 되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