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나/강민경
비 그친 후
산책길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먹이 찾는 새들의 분주함이
활달하다.
헤집고 쪼아보는
발가락과 부리의 노동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내 관조(觀照)* 때문일까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삶에는 다 의미가 있는 것을
부하고 가난하고
귀하고 천하고 선하고 악하고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사람이 무엇이관데
가끔은
저 새들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윤리도 도덕도 법도 다 내려놓고
무지가 되고 싶다. 자연처럼,
저 새들처럼.
*관조( 觀照): 대상의 본질을
주관을 떠나서 냉정히 응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