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거름/강민경
보기 좋게 치장한
우리 집 담 밑에 심은 호박씨보다
썩은 거름더미에서 저절로 난 호박순이
더 크고 튼실하다
화장을 하고 성형수술을 하고
남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는 속아주지 않으니
반짝, 좋다가도 금방 시들하다.
수고하여도, 봉사하는데도
생활이 팍팍하고 힘들다고 기죽을 게 없다.
삶이라는 게 어차피 죽으러 가는 길
가는 길목에 거름 되어 후손들을 왕성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게 영원히 사는 것 아닐까
유년 교회 학교 교사들
영어밖에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붙잡고
한글을 가르치겠다고
달래고, 어르고 때로는 눈물 글썽이기까지 하더니
이제는 동요를 부르겠다고 무대 위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