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7 순수 1 young kim 2021.03.20 136
616 시조 코로나 19 – 출근 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30 136
615 사람 잡는 폭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25 136
614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2.17 135
613 천생연분, 주례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06 135
612 바 람 / 헤속목 헤속목 2021.06.01 135
611 시조 숙녀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16 135
610 시조 코로나 19 –가을아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25 135
609 삶이 아깝다 1 유진왕 2021.08.16 135
608 시조 코로나 19 –장막 속에서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24 135
607 시조 무도회舞蹈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9 135
606 시조 나는, 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08 135
605 ‘더’와 ‘덜’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1 135
604 꽃 그늘 아래서 지희선(Hee Sun Chi) 2007.03.11 134
603 許交 유성룡 2007.11.23 134
602 봄밤 이월란 2008.03.08 134
601 정월 강민경 2012.01.28 134
600 소소한 일상이 그립고 1 유진왕 2021.07.24 134
599 기성복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09 134
598 시 어 詩 語 -- 채영선 채영선 2016.08.19 134
Board Pagination Prev 1 ...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