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 성백군
아무 데서나 건너면 건널목이 되는데
저쪽 길이 더 좋아 보이는데
마음대로 건너지 못하는 것이 건널목이다
러시아워에 건너다가는
사고당하기에 십상이다
어쩌다 기회를 텀 타 건넌다고 하더라도
보는 눈이 있어 잡히면
벌금 내고 제판까지 받아야 한다
참고, 기다리며 신호등까지 가서
건너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길 건너 저쪽 내 기대는 사라지고 마는 것을
인생에는 정석이 없는데 정석대로 살려 하니
행운과 불운이 헛갈린다
차라리 내가 건널목이 되면 어떨까
가족이 나를 건너고, 친구들이, 이웃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널목이 되어 준다면
그들도 내 건널목이 되어서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아무 때나 거침이 없으면,
굳이 신호등이 없어도 될 텐데
지친 몸 터벅터벅 신호등 앞에 섰다
차도는 빨간불인데, 인도도 ?
그럼 넌 사고냐, 나는 인재(人災)고
오늘도 과거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삶의 건널목 앞에서 속절없이 서성거린다.
2021 - 05242022